[“소곤소곤 왁자지껄” 함께하는 배움수업] 5. 용인 수지고 ‘특별한 미술수업’

김홍도·신사임당… 미술로 만나는 한국사 연구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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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은 예체능 과목 수업을 받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편성하면서 1~2학년 과정에 예체능 수업시수를 배치하고 입시 위주로 3학년을 편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인 수지고등학교 미술 수업시간은 다르다. 입시를 코앞에 둔 3학년 학생들이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를 보고 페미니즘을 논하고, 김홍도의 ‘씨름’을 보고 정조의 민생정치를 연구한다. 작품을 통한 한국사 연구와 현대적 재해석까지 진행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수험생으로서 스트레스가 힐링되는 것은 덤이다.

 

지난 9일 오후 수업종이 울리자 수지고 3학년 한 교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5명씩 한 모둠이 돼 둘러앉은 책상에는 커다란 전지 한 장과 각종 미술도구가 놓여 있었다. 각 조는 한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몽유도원도, 인왕제색도, 세한도, 초충도, 씨름, 뱃놀이, 윤두서 자화상 등의 작품을 감상하고 느낀 점과 시사점을 전지에 표현하는 중이었다.

 

앞서 유지연 미술교사는 ‘인식과 통찰의 8단계’라는 과정을 설명했다. 작품 감상과 의문점을 통한 역사 추적, 논리적 흐름의 정리와 이를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여기-나-우리’와의 접점(시사점)을 찾도록 길을 제시한 것이다.

 

김홍도의 ‘씨름’을 맡은 학생들은 작가와 정조의 관계에 주목했다. 처음에 씨름이라는 작품을 보던 학생들은 각종 자료를 찾아보다가 김홍도가 다수 풍속도를 그려 정조에게 백성의 삶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정조가 민생정치를 펼 수 있었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정조와 김홍도의 만남부터 이별까지 6개의 장면이 담긴 김홍도의 그림일기장을 발견하는 상상력을 펼쳤다. 특히 전지를 구기고 일부러 커피가루를 뿌려 오래된 책의 느낌과 효과를 살렸다.

 

다른 조는 ‘초충도’를 보면서 신사임당의 생애와 작품, 허난설헌과의 비교 등의 주제를 탐색하는 한편 5만 원권 지폐의 인물로 선정된 배경 등에 대한 논의를 거쳐 페미니즘까지 통합적이고 확산적인 생각을 표현해냈다.

그뿐만 아니라 신윤복의 ‘뱃놀이’ 작품을 통해 의복을 중심으로 미의 관점을 생각해낸 학생들,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통해 우정에 대해 통찰하는 학생들, 윤두서의 자화상을 분석해 붕당 정치와 사회적 혼란을 탐색하는 학생들까지 미술을 통한 한국사와 현대의 만남은 풍부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났다.

 

김예진양은 “미술의 영역에서 한국사를 가미하면서 다른 학문과의 접점을 찾을 수 있어 수업을 통해 남기는 것이 많다”며 “무엇보다 수업시간이 재미있고, 스스로 찾아 공부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하는 즐거움이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지연 교사는 “잘 그리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미술을 도구로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미술 수업의 궁극적 목표”라며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학생을 만나는 전 과정이 하나의 프로젝트이고, 수업도 작품처럼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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