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위로도 좋게 안 들리더라고요.”
지난 14일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돌아온 유한준(35·kt wiz)은 부상 후 1주일 동안 넋이 나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6일 수원 한화전에서 수비 도중 왼쪽 허벅지를 다쳤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건만, 정밀 검사 결과 내전근 부분 파열로 인한 6주 진단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유한준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4년간 60억원을 받고 넥센에서 kt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말 그대로 대박 계약이었다. 마음 한편에 부담감이 자리 잡았다. 그동안 ‘FA 대박’ 후 몸값에 걸맞지 않은 활약에 따른 팬들의 온갖 비난을 듣던 선수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거기에 부상까지 입었으니 편할리 없었다.
“정말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구요. 게다가 혼자 수비하다가 다친 거잖아요. 팬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처음 부상을 당한 부위라 걱정도 많이 되고, 막막할 따름이었죠.”
14일 한화전은 그로부터 38일 만에 가진 복귀전이었다. 퓨처스리그에서 6경기를 뛰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지만,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에 긴장이 몰려왔다. 1회말 첫 타석에 들어서기 직전 대기 타석에선 심장의 두방망이질이 더욱 세차졌다.
그에게 힘을 준 건 팬들의 함성이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유한준이 타석에 들어서자 1루쪽 kt 팬들은 ‘유한준’을 외쳤다. 유한준은 “욕을 먹을 만도 한데, 이렇게 반겨주시니 너무 감사했다.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유한준의 방망이는 유수(流水)처럼 돌아갔다. 한화 선발 장민재의 3구째 140㎞ 직구를 때려 좌측 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 홈런을 쳐냈다. 3회말에는 2루타까지 추가한 유한준은 이날 4타수 2안타(1홈런) 2득점으로 팀의 5대3 승리를 이끌었다.
더할 나위 없는 복귀전을 마친 유한준은 팬들을 향한 인사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부상으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게 죄송했는데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 몸 관리에 집중해 꾸준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이가 있지만, 이번 부상이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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