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앱은 ‘조건만남’ 해방구
최근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채팅 프로그램 A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이 앱은 본인 인증 절차가 없다. 이 때문에 나이와 성별, 거주 지역 등은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고, 설치 후 곧바로 채팅을 할 수 있다.
직접 A 앱을 설치하고 18세 여성으로 등록하자, 수많은 남성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약 2시간 동안 40여명의 남성들이 쉴 새 없이 메시지를 보냈고, 미성년자임을 알면서도 대부분 10~30만원을 조건으로 성관계를 요구했다.
메시지로 ‘몸을 보여 달라’ 등의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심지어 한 남성은 자신의 신체 일부를 사진으로 보내기도 했다.
더욱이 미성년자를 성매매 아르바이트로 고용하는 전문적인 구인활동도 버젓이 이뤄지는 등 A 앱은 친목도모를 위한 채팅 기능은 상실한 채 성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남·여 고등학생의 후배 여중생의 성폭행과 강제 성매매 사건에도 이 앱이 활용됐다. 이처럼 채팅 앱을 통한 청소년 성범죄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대책은 유명무실하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청소년 보호법 등에 따라 채팅 앱에 경고성 팝업이 뜨지만 사실상 효과는 없다. 청소년상담센터와 사이버경찰청과 곧바로 연락이 가능 한 팝업에는 ‘음란, 노출, 금전 요구, 성행위묘사 등을 하면 법적 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한 달 동안 보지 않기’를 눌러 그대로 없앨 수 있는 탓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보통신 발달로 조건만남 등 성범죄가 쉬워졌고 그만큼 늘고 있다”며 “청소년을 유인하는 범죄를 막을 수 있도록 경찰 수사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청 관계자는 “A 앱 등은 성인인증이나 본인확인 절차가 없어, 단속과 수사가 어렵다”며 “관련 기관과 논의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엽·최성원·박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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