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해운(海運)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와 같다. 하지만, 인천시민조차 해운은 멀고 먼 바다 너머의 이야기처럼 느낀다.
30년 넘게 해운업계에 몸담은 권오인 인천컨테이너터미널㈜ 총괄부사장은 최근 바다와 해운이 얼마나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까이 있는지, 우리가 부러워하는 선진국들이 왜 해양문화에 친숙한지를 들려주는 책 ‘해운 이야기’를 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권 부사장은 한국해양대학 항해학과를 졸업했으며, 해군 입대, 영진해운과 고려해운, STX Pan Ocean㈜, COA 한국대표, PSA 코리아 등을 두루 거친 바다와 해운의 전문가다.
권 부사장은 “처음 해운회사에 입사했던 1983년 당시에도 해운시장은 위기를 맞고 있었고, 그 덕택(?)에 입사 5개월 만에 첫 직장이 부도가 나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은 일반인들이 해운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회가 되면 ‘해운이 이런 것이다’하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 보고 싶었다”고 말을 꺼냈다.
권 부사장은 “요즘 신문이나 뉴스에 자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보도가 나올 정도로 해운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불황의 터널 속에 있다”면서 “해운 무역 대한민국의 생명선과 같다. 해운의 현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국가전략을 세우려면 국민의 이해와 공감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부사장은 한국해운의 위기를 한국해운산업의 토양과 문화에서 진단했다.
그는 “해운산업은 호흡이 긴 산업”이라며 “해운과 항만, 해운과 조선의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가격 경쟁력을 축적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부사장이 말하는 한국해운의 비전은 9가지로 정리된다. 한국의 경제여건에 부합해야 하고, 규모의 경제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 또 산업의 측면에서 대응하고, 실패 사례를 체계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 벤치마킹 대상을 분명히 하고, 가격경쟁 산업이라는 것을 인식할 것, 기업의 일관성에 주목하고, 국제화와 현지화 전략을 써야 한다는 것, 꾸준히 제도개선을 할 것, 체계적으로 홍보할 것 등이다.
이와 함께 권 부사장은 해양문화와 멀어져 있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권 부사장은 “해운은 해양문화와 아주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며 “많은 선진국은 대륙문화보다는 해양문화에 친숙하다. 우리나라도 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는 해양문화가 충만했는데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아쉽다”고 전했다.
강산이 3번을 바뀌었을 30년이라는 세월을 바다와 함께한 권 부사장은 말한다. ‘바다를 제패한 자가 세계를 재패한다’고.
김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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