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가 비시즌 체력훈련을 하고 있는 강원도 태백시를 찾았다. 택시를 타고 선수단이 산악훈련을 하고 있는 만항재로 향했다. 택시기사는 이 곳의 경사도를 묻는 질문에 “아이고, 경사가 상당하더래요”라며 “연식이 오래된 차라면 엔진 과열로 화재가 날 위험도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기자가 탄 택시는 3천RPM을 유지하고도 50㎞를 넘지 못했다.
해발 1천330m의 만항재에 도착해 만난 김승기 KGC 감독은 “산 아래에서 선수단 미팅 후 먼저 차량으로 먼저 올라왔다. 부상 선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뛰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이 도착한 지 10여 분 뒤 선수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총 8.1㎞ 구간을 뛰어 올라온 선수들은 가뿐 숨을 내뱉으며 한껏 얼굴을 찡그렸다.
제일 먼저 정상에 오른 선수는 포워드 석종태(24·192㎝)로, 42분35초의 기록으로 만항재에 도착했다. 그 뒤를 문성곤(23·195㎝)과 김기윤(24·180㎝)이 차례로 따랐다. 목적지에 도착 후 선수단은 모두 구단버스 옆에 마련된 매트에 드러누워 거친 숨을 내쉬었다. 누구보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도착한 건 포워드 이정현(29·191㎝)이었다. 이정현은 만항재에 오르는 도중 벌에 머리를 쏘였다고 한다. 트레이너에게 치료를 받은 뒤에도 한참을 고통스러워 하던 그는 이날 산악 훈련 후 자신의 SNS에 “산악훈련은 너무 힘들어”라는 글을 남겼다.
이같이 선수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산악훈련을 진행하는 이유는 뭘까. 더욱이 농구팬 사이에서는 산악훈련의 필요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김 감독은 산악훈련 이유에 대해 “나도 선수 때 (태백을) 뛰어 봤다. 시즌을 치르면서 이만큼 도움되는 곳이 없다”라며 “트레이너에게 전지훈련 장소를 찾아보라고 했는데 마침 태백을 후보지로 올려 ‘최적지구나’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목표를 ‘통합 우승’이라고 밝히면서 “내가 도움도 안 되는 태백을 왜 왔겠나”라고 반문한 뒤 “이번에 우승을 차지해서 마음 편히 여행 가는게 소원이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코치를 맡은 10년 전부터 가족여행을 간 적이 없다고 소개하면서 “이제는 갈 때가 됐다”고 밝혔다. 그 시발점이 태백인 것이다.
태백=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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