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곳에 천도를 제일 먼저 계획한 사람은 조선 태조 이성계. 이태조가 1393년 결정한 후보지는 바로 세종시에 붙어있는 계룡산 자락, 지금 3군본부가 있는 곳이다.
그때 새 도읍지 터를 닦고 궁궐에 쓰일 주춧돌 작업을 하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 돌이 세월이 흐르면서 인근 주민들의 집짓는 돌로 많이 유출되고도 아직 115개나 남아 있다.
그로부터 600년 세월이 흘러 1977년 박정희 대통령은 이곳에 인접한 공주 장기면 일대를 새 수도로 추진했고 마침내 2012년 세종시가 탄생됐다. 저수량이 풍부한 대청댐, 가뭄을 모르는 금강, 경부-호남-수도권을 종횡으로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 등등이 탄생 배경이다.
그런데 세종시가 엄청난 예산을 들여 건설되고 6개 부처를 제외한 18개 행정부가 자리를 잡았지만 비능률, 낭비, 정부시책 추진의 누수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도권의 인구 분산과 지방 균형발전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 등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왜 그럴까?
단적인 예로 지난해의 상반기만 해도 세종시 공무원들이 서울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느라 매일 5천840만원의 세금을 길에다 버렸다. 1년에 200억원이 그렇게 없어진다.
경제부처의 경우 기획재정부, 농림식품부, 산업부 등 대부분의 공무원이 세종시에 있는데도 회의는 70% 이상이 서울에서 열린다. 다른 부처도 똑같다. 그러니 서울 출장이 많을 수밖에 없고 공무원은 피곤에 지친다.
특히 국회가 열리면 장ㆍ차관과 고위 공무원들은 서울에 머물러야만 한다. 따라서 세종시 공무원이 결재를 받기 위해 장·차관이 머물고 있는 서울을 왔다갔다 하느라 죽을 맛이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는 원격결재, SNS 보고체계, 특히 영상회의를 권장하고 있지만 그것이 갖는 한계성이 있으며 특히 보안상의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도 영상회의실이 있으나 사용실적은 월평균 2.5회. 거의 잠자고 있는 수준이다.
국회의원들 역시 장·차관을 면전에 두고 호통을 쳐야 ‘의원님’ 맛이 나지 영상기기와 모니터 앞에서는 영 그 맛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특히 세종시에는 국무총리가 머무는 총리공관이 있고 총리의 주민등록도 세종시 어진동사무소에 있지만 세종시에 머무는 날은 1년에 불과 며칠이다. 그러니 낭비, 비효율 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어 건설한 세종특별자치시-이미 20만명을 돌파한 인구, 어떻게 당초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까?
그것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제안한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명실상부한 수도 이전’을 하는 것이고 개헌논의가 점화된 이 시점에 수도 이전의 개헌도 병행하는 것이다.
그래야 세종시가 살고 국가균형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남경필지사의 주장에 세종시와 충청인들이 환영하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은 남지사의 그와 같은 주장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경제수도로서의 수도권’, ‘정치ㆍ행정수도로서의 세종’이 상생할 수 있는 거시적 구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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