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공공외교 본격화… 세계인에 한국 제대로 알려야”

한국국제교류재단(KF, Korea Foundation)이 주목을 받고 있다. KF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친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국내외 학술ㆍ인적ㆍ문화교류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외교부 산하기관이다. 1991년에 설립돼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는다. KF는 지난 5월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맨부커상을 공동수상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던 사실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또 다음달초 발효되는 ‘공공외교법’에 따라 추진되는 공공외교를 주도적으로 집행하게 되면 역할이 더욱 커지게 된다. 이사장은 5월에 취임한 이시형 전 경기도 국제관계 대사(59)가 맡고 있다. 지난달 29일 KF 글로벌 센터(Global Center)에서 이뤄진 이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정책 공공외교의 중요성과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의 교류 상생 협력방안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더해지면서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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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경북 의성 출생
-경북고ㆍ서울대 외교학과 졸
-1980년 외무고시 합격(14회)
-외무부 정보화기획담당관
-외교통상부 통상정책전문팀장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
-주 폴란드대사관 특명전권대사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 행사기획단 단장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주 OECD 대표부 대사
-경기도 국제관계 대사

Q KF가 올해 출범 25주년을 맞았다. 어떻게 이끌어 나갈 계획인지.
 A 올해 크게 바뀌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공공외교법이 2월 제정됐다. 법 제정후 6개월 뒤 발효하게 된다. 공공외교를 쉽게 말하면 외국인들한테 우리나라의 모든 것, 학문ㆍ역사ㆍ정책 등을 잘 알려서 우호적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풀뿌리 민중을 상대로 하는 외교활동, 특히 여론주도층이 될 수 있는 언론인ㆍ오피니언리더ㆍ학자ㆍ청년들에게 한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알려주는 것이 퍼블릭 디플로머시(공공외교)이다. 법은 간단하다. 외교부가 공공외교를 총괄해서 중앙부처ㆍ지자체와 회의체를 만들고 중장기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잘해보자는 취지로 만든 법이다. 외교부가 정책 입안을 하지만 실제 집행하는 역할을 KF에 많이 맡길 것이다. 공공외교 추진기관으로서 KF의 역할이 새로이 주어진다. 업무량도 많아지지만 역할도 커지게 된다.

 

 두번째는 제주도로의 이전이다. 이전 예산을 예산당국에 신청해놓고 있는데 제주도와 합의, 이전 예산확보 등 두 가지가 잘 이뤄지면 내년에 이사할 수 있다. 업무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감수하고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Q 공공외교법과 제주도로의 이전 외에 바뀌는 것은 없는지. 
 A 업무내용면에 있어서는 정책 공공외교를 더 강조하려고 한다.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상황, 통일정책, 한ㆍ일간 역사인식 등을 미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을 위주로 설명해주고 이해를 구하며 왜곡되지 않게 우리 입장이나 관점을 이해시키는 작업을 정책 공공외교라고 부른다. KF는 외교부를 뒷받침하는 기구인데, 외교의 가장 큰 목표는 평화적인 남북통일이다. 이를 2선에서 뒷받침하는 것이 정책 공공외교의 가장 큰 목표다.

 

 Q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맨부커상을 공동수상한 데버러 스미스가 KF로부터 장학금 등을 받았다고 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해외 한국학 진흥’ 사업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A 우리가 하는 사업 중 25년간 제일 많이 한 것이 ‘해외한국학진흥’이다. 해외 주요 대학 한국학 교수직 지원과 교수 파견(객원교수) 지원, 현지 한국학 연구자 지원이 있고 온라인으로 하는 한국어나 한국학을 가르치는 사업(글로벌 e스쿨)이 국내  9개 대학에 있다.

 

 데버러 스미스를 지원해 준 게 두 가지가 있다. 한가지는 박사학위를 준비하는 수준에 있는 사람을 한국에 오게 해서 3~4개월 와서 현장 필드트립 시켜주는 것이고(방한 연구 펠로우십), 돌아가서 논문을 쓸 동안 2년 정도 지원해줬다(현지 장학 지원). 방한 연구 펠로우십이 금년에 17개국  35명 중 20명 가까이 들어와 있다. 현지 장학지원도 금년 15개국 150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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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정책 공공외교 등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외국의 ‘인적 네트워크 구성’도 중요하다고 보여지는데.
 A 정책 공공외교의 기본은 사람이다. 상대방 국가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보내고 특히 젊은층을 보내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사장으로 와서 처음 참석했던 행사가 중국 청소년 지도자 100명이 방한했던 행사였는데 한·중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중국 공청단 서기 7명 중 한명이 단장으로 이끌고 왔다. 우리도 100명이 간다. 접촉면이 많아져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늘어난다. 예술분야는 예술분야대로 청년들은 청년대로 교류를 많이 하고 다녀간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관심 가지고 관리하는 것이 인적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Q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공공외교가 많이 비교가 된다고 하는데. 
 A 아베 정부 들어와서 미국내 정책 공공외교를 강화했다. 최근에 미국에 있는 일류 대학 3곳에 500만불 일시불로 기금으로 기탁했다. 50~60억이면 우리 1년 동안 한국학 예산 50%보다 많다. 돈을 가지고 중국이나 일본과 경쟁할 수 없다. 고민이 그것이다. 일본하고는 특히 역사문제 등이 걸려 있다. 많은 미국 학자들이 우리나라와 일본이 역사문제가 걸리면 일본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우리는 돈은 적게 쓸 수밖에 없지만 장점을 살려 활동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거기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 한계는 있지만 논의는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내 지도자로 나갈 수 있을 만한 한국인 2·3세대에 한국에 대해 잘 알려주고 미국에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경쟁력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런 방안을 잘 찾아서 해야 할 것이다.

 

 Q 중앙과 경기도 등 지방간 교류 상생 협력방안이 있다면.
 A 현실적으로 공공외교를 수행하는 주체가 많고 수행기관이 많아졌다. 각기 예산투입해서 활동하고 있는데 서로 잘 협업해서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큰 돈 들여 100명을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초청했는데 경기도에 또 그런 사업을 하면 돈이 또 들어가니까 여기 온 사람을 알려줘서 경기도에서 일정을 잡도록 하면 ‘윈-윈(WIN-WIN)’ 할 수 있다. 

 

 경기도하고 재단차원의 공식채널은 아직 없다. 제가 와서 대외관계 팀에 얘기해 경기도 관계자들이 다녀 갔다. MOU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행사를 공동으로 하면서 그것을 계기로 삼아 MOU를 하는 등 체계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자고 심도있는 얘기가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제교류실천네트워크’라고 있는데, 재단을 포함해서 9개 기관간 협업을 하자는 취지로 연계사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도 협력센터 등이 생기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경기도와 재단간 일을 할 때 공동개최를 한다든지 같이할 수 있도록 제가 경기도 (국제대사) 출신 이니까 독려를 하고 추진하려고 한다. 지자체들과의 협력이 중요한데 그중에 경기도는 비중이 크고 대외활동이 많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Q 경기도에서 국제대사를 하면서 느꼈던 점은.
 A 경기도에 딱 두 달밖에 못 있었지만 개안을 많이 했다. 지방자치 경험을 처음 하고 경기도라는 지자체 위상을 실감했고, 경기도에서 할 수 있는 대외관계 업무가 많다는 것과 실제로 많이 하는 것 보고 놀랐다. 재단이 하는 일중에서 네트워킹, 문화교류는 경기도와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본다.

 

 경기도에서 짧은 기간 동안 느낀 장점은 경기도가 한국의 축소판이라는 것이다. 모든 산업이 다 있고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절반 이상이 경기도에 있는 것 아닌가. 한국인으로 포용하고 진정한 한국인이 되도록 돌봐줘야 한다. 문화적인 교감과 교류를 통해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이 ‘형제 나라구나’ 라고 느낄 수 있도록 그런 사업들을 많이 발굴했으면 한다. 경기도하고는 협업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본다.

 

 Q 외교부에 몇 년 근무했고, 보람있게 생각했던 점,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1980년 5월 근무를 시작해서 2016년 2월 그만뒀으니 만 35년 근무했다.

 

 보람있게 생각했던 점은 공을 세운게 많지 않아 떠오르는 것도 많지 않다. 답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선택받은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외교부 공무원으로 평생 사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후배들에게는 외교부가 경쟁이 많고 인사도 많다 보니 자기 주관을 가지고 살기가 쉽지 않다. 공부를 많이 해서 자기 주관을 간직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또 퇴직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누가 ‘내가 낸 세금으로 봉급받고 사는 공무원들이’라고 말하면 과거에 듣기 싫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엄중한 얘기라는 느낌이 든다. 공무원들이 하는 일은 국민들과 뭔가가 연결이 되고 있다. 외교관들이 경제외교를 한다면 중소기업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에게 어떤 효과가 돌아가는지 생각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 

 

  대담=정근호 정치부장
  정리=김재민 기자
  사진=전형민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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