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두려운 사람들
지대 낮아 해마다 침수피해 걱정
집안은 곰팡이 “숨쉬기도 힘들어”
가혹한 여름나기 벌써 시름 깊어져
4일 오전 11시께 광명시 소하1동에 위치한 뚝방촌. 이곳은 당초 115개의 판잣집이 모여 있던 곳이지만, 이주 등 다양한 이유로 주민들이 하나, 둘씩 떠나면서 현재는 24세대만 남아 황량한 기운이 가득했다. 더욱이 이날 비까지 내리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까지 더해졌다.
특히 굵어진 빗방울이 판자로 된 지붕에서 뚝뚝 떨어지면서 어느새 마을길은 물바다가 됐고, 이 물은 뚝방촌 집안 곳곳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곳에서 18년째 살고 있는 P씨(55)의 집안에 들어서자 꿉꿉한 냄새가 저절로 코를 움켜쥐게 만들었다. 벽은 빗물이 샌 흔적으로 곳곳이 얼룩져 있었고 곰팡이까지 펴 있었다.
P씨는 “6년 전 폭우가 내렸을 때 물이 무릎까지 차오르면서 집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던 적이 있었다”면서 “장마가 온다는 소식에 걱정돼 비가 내릴 때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에 사는 J씨(60) 역시 장마가 시작되면서 집안으로 들이치는 비에 하루하루 고역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J씨는 “다른 곳보다 지대가 낮아 빗물이 집안으로 들어와 수시로 바가지 등을 이용해 퍼내고 있다”며 “집안이 젖은 상태로 방치되다보니 쥐와 각종 벌레까지 들어와 괴롭다”고 토로했다.
다세대 주택과 노후된 가건물 등 낙후된 주택들이 밀집한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일대 주민들도 연일 계속되는 장마에 근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K씨(70·여)는 이날 오후 갈수록 굵어지는 빗줄기에 괜시리 집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수십년 전 지어진 단층주택으로, 한눈에 보기에도 낡은 K씨의 집에 들어서자 그간 내린 비로 습하고 축축한 기운이 느껴졌다.
남편이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는 함께 청소도 했지만, 지금은 혼자서 집안일을 도맡으면서 장마철은 K씨에게 견디기 힘든 시기가 됐다. K씨는 “여기는 더울 때 더 덥고 추울 때 더 추운 곳”이라며 “요즘은 비가 계속 내려 혹시 어디 새는 곳이 없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집 안팎을 살펴보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더욱이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장마가 6일까지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하면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이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지자체 관계자는 “잦은 침수피해를 보는 지역에 하천으로 물을 빠지게 하는 펌프 등 각종 장비를 마련해 혹시나 있을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저소득층 등 어려운 이웃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진경·유선엽·조승호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