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왁자지껄” 함께하는 배움수업] 7. 하남 위례고 ‘그림책 발제 토론수업’

선생님이 읽어주는 동화책에 귀 ‘쫑긋’… 참여와 소통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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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례고 1학년 사회수업에서 교사가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딱딱하고 재미없던 고등학교 사회시간에 그림 동화책을 읽어주는 고등학교가 있다. 

학생들은 교사가 읽어주는 그림 동화를 토대로 직접 얘깃거리를 발견해 내고 토론에 참여하면서 수업의 주도권을 갖는다. 따분하던 사회수업은 활발한 의견나눔의 시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참여와 소통의 배움이 일어난다.

 

하남 위례고등학교 1학년 2반 교실. 수업종이 울리자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온 교사의 손에는 그림책이 들려 있었다. ‘그림책 발제 토론수업’이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시간이다. 

권현숙 교사는 철학적 논의가 가능한 그림책을 뽑아 매주 1권씩 아이들에게 들려주면서 감명깊은 구절과 자신의 생각 등을 간단하게 표현하도록 지도해 왔다. ‘치킨 마스크’, ‘틀려도 괜찮아’, ‘벌집이 너무 좁아’ 등 매주 1권씩 읽어주는 동화책은 아이들의 사고력 향상과 수업도입의 좋은 소재가 됐다.

 

이날은 특히 한 권의 그림책을 통해 각자 궁금한 점과 이야깃거리를 주제로 발제하고 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교사가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 똥’을 읽어 주는 동안 엎드려 자거나, 딴청을 부리거나, 문제풀이를 하거나, 떠들거나, 휴대폰을 확인하는 등 수업에 방해되는 행동을 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학생들은 각자 책을 읽고 궁금한 개인 질문을 생각해내고 모둠별 토의를 통해 대표질문을 선정했다.

 

고교생들이 생각해낸 질문은 아주 기발하면서도 핵심적인 곳을 향했다. 더럽다고 무시당하던 강아지 똥이 반항하지 않고 착하게 살고 싶어한 이유를 찾고자 반 전체가 토론을 이어갔다. 강아지가 착했기 때문에 똥도 착했을 것이라는 재밌는 의견부터 자신을 희생하던 흙덩이를 멘토로 삼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또 ‘강아지 똥을 거름 삼아 피어난 민들레가 실제로는 강아지 똥을 죽인 것 아닐까’, ‘똥이 과학적으로 1년을 썩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등 학생들의 의견표현에는 가감이 없었고,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도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아무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들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강아지똥을 비유한 것이라는 주제의식이 도출됐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사회과목을 통해 배웠던 자아정체성과 다양성, 자아성찰, 다양성 등의 개념을 연결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같은 수업은 각종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참여적 교실문화 형성에 도움을 줬다는 평이다.

 

한 학생은 “특별한 토의토론 수업을 통해 동화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며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각자가 느낀 점을 비교하면서 공유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현숙 교사는 “토론수업을 진행하면서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학생 개개인의 독특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수업시간에 공감적 대화가 이뤄지면서 학생들이 토론식 수업에 재미를 느끼면 강의식 수업도 잘 듣는 경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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