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철 꽃게 성어기를 틈타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이 연이어지고 있다. 6월6일 소청도 해상에서 불법조업중 나포돼 6월7일 오전 인천해경전용부두로 견인된 중국어선 3척과 사흘전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나포된 중국어선들이 붉은 오성기를 나부끼며 겹겹히 정박해 있다
6월8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옹진군 연평도 망향전망대.
북쪽으로 보이는 석도와 갑도 인근에 중국어선 30여척이 쌍끌이 그물을 달고 버젓이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바로 지척에서 불법조업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면 중국선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확연하게 보일 정도다. 배에는 벌써 어획물이 가득한 지 갈매기 수십마리가 배에 달라붙어 먹이를 주워먹기에 바쁘다.
중국어선들은 1~2척씩 흩어져 조업을 하다가 삼삼오여 모여들더니 이내 선단을 꾸리듯 대형을 만든다. 우리 해경이나 어선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날(오전 7시 기준) 우리해역을 침범해 불법조업을 한 중국어선은 연평 앞바다에만 156척, 옹도~연평 인근에 25척, 대청~옹도 인근에 117척, 백령도 북방에 27척 등 325척이나 된다.
성도경 연평선주협회장은 “불법조업 중국어선은 갈수록 늘고, 물고기나 꽃게는 줄고, 정부는 막지도 못하고 분통이 터져 죽을 지경”이라며 “오죽했으면 어민들이 고기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중국어선을 잡아왔겠냐”고 하소연했다.
▲ 6월9일 출어에 나섰다 돌아온 어부들이 초라한 꽃게 상자 옆에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한숨짓고 있다
박태원 연평어촌계장은 “십수년동안 눈뜨고 중국어선들이 싹쓸이 해가는 것을 쳐다보고만 있었다”며 “해군이 됐든, 해경이 됐든 책임지고 우리 해역과 어민들이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쓴소리를 했다.
박 계장은 또 “연평해역은 해양수산부,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국민안전처 등 여러 부처가 얽혀있어 통제가 심하다”면서 “하지만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는 다들 손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씨 말라가는 꽃게, 피 말라가는 어민들
더욱이 꽃게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어 연평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나마 6월 말까지는 조업기간이라 근근히 잡은 꽃게와 물고기로 버틸 수 있었지만 당장 7월부터 금어기가 시작돼 생활고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연평도 꽃게 어획량을 살펴보면 올해 1~4월동안 17만1천24㎏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2013년 70만671㎏, 2014년 99만703㎏, 2015년 76만6천353㎏과 비교하면 간신히 20~25% 정도밖에 안되는 수치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어획량 감소 원인으로 꽃게 유생분포밀도와 초기자원량 감소, 기후변화 등 서식환경 변화, 남획으로 인한 자원고갈 등을 꼽고 있다.
즉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새끼를 낳아야 하는 암꽃게까지 과도하게 어획해 가는 통에 어린 꽃게가 줄고, 어획할 수 있는 꽃게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성도경 연평선주협회장은 “조업기간에 잡은 꽃게를 팔아 모은 돈으로 금어기에 생활비도 해야하고, 어선 수리나 어망, 어구 손질 비용을 대야 하는데 꽃게가 잡히질 않으니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가을 조업이 시작될 때까지는 꼼짝없이 보릿고개 신세”라고 우려했다.
올해 1월21일부터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어민들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어획량 감소나 어구파손 등의 피해를 어민들이 직접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보상을 신청할 생각도 못하는 탓이다.
중국어선의 싹쓸이 조업으로 어획량이 줄어드는 것 외에도 2차·3차 피해가 커지고 있다. 어민들은 중국어선에서 흘러나온 폐유 등이 연평도 북쪽 해안 굴 양식장이나 해삼 양식장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옹진군 관계자는 “어획량 감소로 어민들의 생활고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어기 기간동안 공공근로 등 주민생활지원 방안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6월8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중국어선들이 선단을 이루어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이날 연평도 인근 해상에 중국어선 156척이 출몰했다고 밝혔다
정부, 중국어선 불법조업 엄단 천명
인천해경은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막고자 연평도 인근 해역에 중형함정 1척, 특공대 방탄보트 2척, 고속단정 1척, 특공대 16명, 해상특수기동대 6명 등 24명을 투입해 단속에 나서고 있다.
6월11일 오후 4시40께는 연평도 남서쪽 50㎞에서 NLL을 8.6㎞ 침범해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50t급) 1척을 해군과 합동으로 나포하기도 했다. 인천해경은 올해 들어 불법조업 중국어선 26척을 나포하고 2천340척을 퇴거했다.
▲ 연평도 근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다가 우리 어민에게 붙잡힌 중국어선 선장 2명이 6월7일 오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인천해양경비안전서를 나와 인천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어선들은 매일 300여척이 넘게 반복적으로 불법조업을 자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립수역인 강화군 교동도 서남쪽 해역까지 밀고 내려와 꽃게와 어패류 등을 싹쓸이하고 있다.
강화 인근 해상에 중국어선이 나타난 것은 지난 2014년까지 연 2∼3회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120여회, 올해는 5월 기준으로 500회가 넘을 지경이다. 연평해역 어획량이 줄어들자 한강하구까지 들어온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군과 해경, 유엔군사령부가 민정경찰을 구성해 6월 10일부터 고속단정 4척을 투입, 공동 단속을 벌였다.
하지만 중국어선은 여전히 인근 해역에 머물고 있다. 언제든지 기회만 생기면 다시 밀고 들어올 모양새다. 더욱이 중립수역에서의 단속은 남북간 충돌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어서 무력단속은 쉽지가 않다.
민정경찰 측도 경고방송으로 중국어선을 내쫓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중국어선 불법조업 사태가 날로 악화되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 등은 뾰족한 근절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6월10일 중앙대 특별강연에서 “한중간 불법어업으로 인한 갈등과 싸움이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중어업협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답답한 부분이 있다”면서 “중국어선이 우리 해역 주변을 침범하는 것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더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도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안전처, 국방부,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외교부 등과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중국어선 불법조업 근절과 어업인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윤 차관은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계부처의 긴밀한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박태원 연평어촌계장은 “단속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외교적으로 한중어업협정을 더 강화하고, 단속 체계도 중국어선 우리 해역을 넘어오면 쫓아내는 사후처방식이 아니라 아예 우리 해역 근처로 오지 못하도록 사전에 막는 상시 단속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근해에서 우리 어민들에게 나포돼 6월6일 새벽 인천해경 전용부두로 이송돼 계류중인 중국어선 갑판에 서해 어족의 씨를 말린다며 우리 어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쌍끌이 어구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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