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집유 2년’… 2심 ‘선고 유예’
통신비밀보호법 벌금조항 없어 형량 시비
항소심 “일상 대화… 원심형 너무 무거워”
아내 몰래 차에 녹음기를 설치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한 40대 남성에 대해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법에 징역형의 기준만 있을 뿐 벌금형이 없다 보니, 자칫 필요 이상의 처벌을 받는 등의 억울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법원 등에 따르면 인천에서 미화원으로 근무하는 A씨(46)는 지난 2014년 10월 블랙박스 녹음 기능이 고장 난데다, 아내의 외도도 확인하려 자신의 승용차에 녹음기를 설치했다. 하지만, 아내 B씨는 친구와의 통화 내용이 약 1분간 녹음된 사실을 알게 됐고, A씨를 고발했다. 현행 법상 누구든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수 없는 만큼, A씨는 기소됐다.
A씨측 변호인은 “자동차가 피고인 소유이므로 적어도 피고인에게는 공개된 장소라고 할 수 있어 관련법 위반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인천지법 형사13부는 A씨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결과는 달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는 녹음 내용이 일상적인 대화에 불과해 원심형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 원심을 깨고 선고를 유예했다. 죄는 인정되지만, 정도가 미약하다고 보고 선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 K법무법인 한 변호사는 “준공무원과 공무원은 집행유예만 받아도 당연히 퇴직을 당하는 만큼 A씨도 전과자가 되는 것은 물론, 억울한 상황에 처할 뻔 했다”며 “검찰이 신중히 판단해 기소유예를 많이 하지만, 기소가 되면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벌금형이 마련되는 등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필요성에 대해 따져본 후 타당하면 개정 등을 검토하겠다”면서 “국회에서 추가로 논의가 필요한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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