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국민의 눈에 거슬리는 국회의원 특권이 많다. 평생 12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공항에서는 VIP 특권을 받는다. 500억원짜리 호화 연수원을 갖고 있다. 거의 공짜에 가까운 국회의원 장학혜택을 받는다. 민방위ㆍ예비군 훈련에서 제외된다. 국민이 이해 못 할 특권이다. 그렇다고 의정 활동에 필요하지도 않다. 이런 특권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런데 어느 정치인도 이런 특권을 얘기하지 않는다. 고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면책특권ㆍ불체포특권 공방이 정치권을 덮고 있다. 새누리당은 면책특권에 폭넓은 예외규정을 두자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면책특권 폐지나 축소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국회 윤리특위를 적극 활용하는 정도의 제한을 주장하고 있다. 면책특권을 바꿔야 한다는 원칙은 같지만, 그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이런 논란이 자연스럽게 입법 기관의 견제 기능이라는 고급스러운 논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정작 국민이 원하는 특권 내려놓기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이 그 중 하나다. 이번 특권 내려놓기의 발단은 국회의원의 친ㆍ인척 채용 비위였다. 이는 김영란 법 원안으로 막을 수 있었다. 공직자가 4촌 이내의 친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할 경우 업무에서 배제하는 제척제도가 법에 있었다. 그걸 ‘국회의원만 예외’로 바꾸면서 이런 분란이 빚어졌다.
당연히 ‘국회의원 예외’를 없애는 개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면책특권 공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치권이 밀어내고 있다.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는 특수 활동비도 원성을 사는 특권이다. 지난해 5월 홍준표 경남지사와 신계륜 당시 새정치연합 의원의 특수 활동비가 문제 됐다. 사실상 개인 용도로 흘러들어 간 혈세였다. 그런데 누구도 거론 안 한다. 84억원이나 되는 특수활동비를 계속 쓰겠다는 심사로 보인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국회의원에게 맡기면 안 된다. 허름한 특권 내려놓고 알토란 같은 특권을 부둥켜안을 게 뻔하다. 지금이라도 비(非)정치인이 주도하는 특권폐지 추진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 기구를 통해 200여개 특권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그 내용을 확인한 국민이 내려놓을 특권을 직접 고르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하면 한두 개 특권만 내려놓을 것이고, 국민이 하면 한두 개 특권만 남겨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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