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버스 입석금지 2년, 지금은…
출입문까지 서서 가는 승객 빼곡
‘입석 전용’ 또다른 줄서기 진풍경
“정책만 즐비, 변한 게 없다” 분통
13일 오전 8시께 의왕시 고천동 의왕 IC 버스정거장. 화성 수원대학교에서 서울 잠실역으로 가는 1009번 버스안은 이미 20여명이 서로 부둥켜안다시피 한 채 서서 타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곳 정거장에서 1009번을 기다리던 10여명이 이를 타고자 앞다퉈 달려들었다.
1009번은 배차간격이 길어 해당 버스를 놓치면 지각할 수 있다는 직장인들의 절박한 심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앞문은 물론 뒷문으로 어떻게든 끼여 타려는 모습들로 분주했다. 이를 보다 못한 버스기사도 “안쪽으로 더 들어가 주세요”라고 승객들에게 호소했다.
앞서 전날 오후 8시께 서울시 동작구 사당역에는 수원으로 가려는 승객 수백명이 여기저기 줄 서 있었다. 기본이 30~40m는 됐고, 어떤 버스는 그 줄이 100m 이상은 됐다. 일대를 보행하려면 기나긴 줄 사이사이를 마치 미로를 헤치듯 지나쳐야 할 정도로 북적였다.
사정이 이렇자 이곳은 오래전부터 특이한 문화가 형성돼 있다. 일반좌석 줄 이외 ‘입석 전용줄’ 등 2개의 줄이 암묵적으로 형성돼 있는 것이다. 이는 버스 안 45개의 좌석이 가득차면 버스기사가 줄 선 이용객에게 “다 찼다”고 말하고, 이후 그 옆에 있던 입석 전용줄의 이용객들이 차례대로 탑승하는 방식이다.
이용객 L씨(32·여)는 “대학생때부터 직장인인 지금까지 10년 이상을 똑같은 버스를 탔는데, 입석금지 원칙은 출퇴근 시간 앞에서 무용지물”이라며 “때마다 발표되는 정책발표가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이처럼 경기도가 오는 16일 승객의 위험을 이유로 광역버스 입석금지를 내세운 지 시행 2주년을 맞았으나 ‘콩나물시루’ 버스 운행은 여전하다.
도는 그간 대대적 지원을 했고 이에 직행좌석버스 318대 증차, 2층버스 9대 도입 등을 통해 2년 전 18.1%였던 입석률이 8.8%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또 최근 입석률 0%를 위해, 버스준공영제 및 2층광역버스를 보급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올해는 서울의 인구가 24년만에 1천만명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2년사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인구가 꾸준히 유입돼서다. 정책 시행 2년간 서울인구는 14만명이 감소했는데 같은기간 경기도는 31만명이 늘었다. 결국 수도권의 연계가 갈수록 촘촘해지는 현실에 과연 단순한 정책지원이 실효성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도 문제 해결 어려움에 난색을 보이며 큰 틀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우석 경기연구원 박사는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광역버스 입석이 통용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에 장기적으로 서울·경기 간 유기적인 교통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현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서울과 연계해 개선책을 계속해 찾겠다”고 말했다.
조철오ㆍ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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