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무더위 쉼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낮 최고기온 30℃를 넘어서는 폭염으로 전국이 거대한 찜통에 갇혔다. 일부지역에선 35℃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자 폭염 경보까지 발효됐다. 선풍기를 틀고, 마당에 물을 뿌리고, 그늘에 모여 수박을 먹으면서 더위를 달래 보지만 소용없다. 다닥다닥 붙은 쪽방촌은 더 숨이 막힌다. 

달동네의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붙어있는 좁은 방들은 한낮 폭염으로 달궈져 해가 떨어져도 더위가 식지않는다. 이런 환경 때문에 쪽방촌 주민들은 밤 늦도록 집밖을 배회할 수 밖에 없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일사병과 열사병 등 온열병 환자도 급증했다. 온열병으로 인한 사망자도 나왔다. 농촌에서 뜨거운 밭일을 하다 사망하는 사례가 종종 있으므로 폭염 특보시 취약시간대엔 그늘에서 쉬어야 한다. 특히 농촌 고령자들의 피해가 크므로 유의해야 한다.

 

불볕 더위는 체력이 약한 노인들을 더욱 지치고 힘들게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폭염에 약한 노인과 거동 불편자들을 위해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센터와 노인회관, 경로당 등 전국에 4만개가 넘는 곳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이곳은 에어컨과 선풍기 등을 이용, 26℃ 이하의 실내온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는 상당수 무더위 쉼터가 그늘보다 못할 정도로 찜통이라고 한다. 갖춰놓은 냉방시설이 고장 나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가 하면, 에어컨 전기료 지원이 안된다며 선풍기만 틀어대 더위를 식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느 무더위 쉼터에선 노인들이 웃통을 벗고 부채질 하고있는 모습도 목격됐다. 

에어컨 필터를 교체하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나는 등 악취가 나는 곳도 있다. 이는 무더위 쉼터 현수막만 요란하게 내걸고, 이곳을 찾는 노인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무더위 쉼터를 몇만개 지정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내실있게 쾌적하게 운영해야 한다.

 

올 여름은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균 온도가 더 높아질 것이란 기상청 분석이다. 특히 8월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지속적으로 덮어 강한 폭염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이라도 빨리 무더위 쉼터를 점검해 잘못된 것, 부족한 것을 개선해야 한다. 폭염으로 인한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취약계층 건강 지키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