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26일 오후 2시30분께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의 한 휴대전화 매장은 입구를 활짝 개방한 채 영업 중이었다. 매장 앞을 지나치던 어린 학생들은 매장에서 나오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려고 입구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불과 20여m 인근에 있는 의류매장 역시 입구를 열어 놓고 찬 바람을 밖으로 쏟아냈다.
앞서 오후 2시께 안양시 만안구 안양 1번가 일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휴대전화 매장과 잡화점 등 입구를 활짝 열어놓고 영업 중인 업소가 곳곳에 즐비했다. 시민 서영원씨(29)는 “저런 식으로 에어컨을 켜 놓은 채로 문을 열어놓고 영업을 하면 전력 낭비 아니냐”며 “몇 년 전에는 단속이라도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전력사용량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출입문을 열어 놓은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개문냉방’으로 전력을 낭비하는 도내 업소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를 단속할 명분이 없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날 경기남부지역의 순간 최대 전력소비량은 1천152만㎾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국 전력소비량도 8천112만㎾를 기록, 전날 기록한 역대 최고치(8천21만5천㎾)를 하루 만에 뛰어넘었다. 전국 예비전력도 742만㎾로 뚝 떨어져 운영 예비율이 9.12%에 불과했다. 이는 2년 만에 한자릿수(9.3%)를 기록한 지난 11일보다도 더 낮은 수치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데다가 평일에는 회사 사무실 등이 운영되다 보니 이를 중심으로 전력사용량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이 같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이 수치는 또다시 경신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개문냉방으로 대표되는 불필요한 전력 낭비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번화가를 중심으로 개문냉방이 계속 이뤄져 필요 이상의 전력이 소비되고 있다”면서 “계속된 전력 낭비는 블랙아웃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각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개문냉방 단속마저 계도 수준에만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올해 전력수급량이 여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 과태료 부과 등 징계가 아닌 계도만 시행하도록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개문냉방 행위에 대한 단속 여부가 매년 달라지는데 올해는 계도만 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면서 “개문냉방을 하는 업소에 대해 꾸준히 계도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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