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서 부정청탁·금품수수금지법(김영란법)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은 농ㆍ수ㆍ축산물에 대해 법 적용이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을, 더민주는 가격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국민적 비판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농ㆍ수ㆍ축산업에 종사하는 국민의 걱정과 관련해 시행령 정비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는 김영란법이 헌재에서 합헌 판정을 받은 이후 농ㆍ수ㆍ축산업계에서 법개정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데 따른 것으로, 관련 업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가격 기준을 3만원(식사)·5만원(선물)에서 5만원·10만원으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대통령이 나서서 시행령을 개정하자는 공식 제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의 가격 기준 완화 주장은 김영란법이 처음 마련된 10여년전에 비해 지금의 물가상승폭을 감안해 가격 기준이 현실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의 두 원내사령탑이 직접 개정안을 제출하지 않고 정부에 시행령 개정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비판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행위라는 시각이 일고 있다. 여야의 이같은 주장에도 정부 역시 여론을 감안하면 실제 시행령 개정에 착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상당수다.
또 국민의당과 정의당 소수당이 시행령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선(先)시행, 후(後)개정 방침을 앞세우고 있어 자칫 새누리당과 더민주, 또는 정부가 개정에 착수할 경우 여론몰이를 할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이 경우 정치권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국민들의 여론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면서 여야 모두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합헌 결정이 난 만큼 우선 시행하면서 부족한 것을 보완해야 한다”면서 “혹여 시행 전 이런저런 부분적 문제로 김영란법 자체를 좌초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삽입해 김영란법 적용을 강화하도록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공직자 등이 사적 이해관계 직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하고 직무 관련 외부활동 및 직무관련자와의 거래를 금지하며 특히 고위공직자는 가족 채용과 소속 공공기관 등과의 계약 체결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고위공직자에는 차관급 이상 공무원, 광역단체장, 교육감, 기초단체장, 공직유관단체 및 공공기관의 장이 포함된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해 2월 국회에서 김영란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빠져 소위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을 불러 일으켰던 사안이다.
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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