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학업과 가정문제 등으로 우울 증세를 나타내는 청소년이 많아지고 있다. 아이가 우울 증세를 보여도 사춘기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부모들이 많지만 방치할 경우 극단적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청소년 우울증은 심할 경우 비행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평소 잘 관찰해야 한다.
■ 아이가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어느 시기든 우울감은 있을 수 있지만 청소년 우울증은 성인과 다르게 나타난다. 청소년기에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급격하게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시기다. 신체적으로는 변성기, 몸의 변화 등 전에 없던 새로운 증상들이 일어난다. 이 변화가 아이들에게 충격적일 수 있어 우울감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호르몬 자체가 과도하게 분비돼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사회적인 변화도 크다. 얼마 전까지는 어린이 취급을 받다가 청소년이 돼 다른 요구들이 부여된다. 입시와 부모님의 기대가 아이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또 아이들은 어른처럼 선택의 여지가 다양하지 못해 더 큰 압박감을 느낀다. 학교에 오랜 시간 있으며 생기는 또래 관계 스트레스도 원인이다.
이런 우울증은 성인 우울증과 다른 증상으로 보인다. 어른들은 우울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반면, 청소년 우울증은 우울감이 아닌 반항적, 충동적인 행동과 산만한 태도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또 청소년 우울증은 두통이나 복통과 같은 신체증상, 불안 등의 증세로 표현된다. 일반적인 우울증상과는 반대되는 과잉행동, 비행행동, 알코올 남용, 성적인 문제 등과 같은 증세를 나타내기도 한다.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임낙선 상담팀장은 “이런 증상을 가면성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사춘기인 줄 알고 함부로 지나치면 안 된다”며 “특히 주의할 것은 산만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 ADHD진단이 남용되는데 이것이 전두엽 기능의 문제인지 심리적인 원인이 문제인지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무엇보다 부모 등 주변 역할 중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죽고 싶은 이유는 학교 성적(43.6%), 가족간 갈등(23.9%), 교우관계(9.5%) 등 순이었다. 부모는 그런 원인들이 그 나이 또래가 다 겪는 일이라며 가볍게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는 아이는 스트레스에 처음 맞닥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반응은 안 된다고 지적한다.
또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서도 부모 등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원인을 모른다면 일시적 해결로만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우울증의 특징인 가면성 우울증은 세심한 관찰과 편안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아이가 좋은 행동, 나쁜 행동을 보일 때 유심히 살펴야 한다.
부모에게 보이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억지로 칭찬받기 위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집에서는 바른 아이인데 밖에서 안 좋은 행동을 하거나 반대로 집에서는 엇나가는데 밖에서는 착한 아이일 경우도 있다.
아이가 자신의 변화와 심정에 대한 말을 할 수 있도록 부모는 환경을 편안케 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절대로 화를 내거나 면박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아이는 더 마음을 감추고 우울 증세를 숨기게 된다. 원인을 파악하고 부모는 아이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전문 상담가의 도움 또는 치료 등을 받는 것이 좋다.
임낙선 팀장은 부모가 문제를 인정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과 그 문제의 원인이 가정에 있을 경우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친구나 대중매체의 영향도 있지만 가정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기 때문에 부모와 가정을 제일 먼저 점검해야하는 이유다.
임 팀장은 “부모와 함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며 “문제가 있어도 쉽게 상황을 바꾸기는 어려워 목표를 설정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우울증이 자살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아이들의 우울증은 드러나지 않아 알아채기 힘들다”며 “더 큰 문제로 번지기 전에 아이들이 미운행동을 보이거나 죽음에 대한 말을 했을 때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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