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일산호수공원 외래 어종 서식지 전락

고양시가 수도권은 물론 세계적인 공원으로 내세우는 29만7천여㎡ 규모의 일산호수공원이 외래 어종 서식지로 전락했다. 시는 외래 어종 유입을 감당하지 못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심각한 생태계 교란까지 우려된다.

 

4일 시에 따르면 지난 1996년 일산신도시 택지개발과 함께 들어선 일산호수공원은 잠실 수중보를 통해 유입시킨 한강물을 채워 조성됐다. 조성 당시에는 토종 물고기 30여 종이 서식했지만, 2005년 이후엔 그 수가 급격히 줄어 5종 이내로 감소했다.

 

식성이 좋은 외래 어종이 호수에 유입하면서 토종 물고기를 마구잡이로 섭식해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애초 식용으로 국내에 들여온 ‘큰입배스(검정우럭과)’, 관상용으로 들여온 ‘붉은귀거북(늪거북과)’와 ‘미국가재’, ‘황소개구리’ 등이 주로 일산호수공원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큰입배스의 산란기는 토종 물고기의 산란기(5월 시작)보다 한 달 정도 빨라 뒤늦게 산란한 토종 물고기의 알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씨를 말리고 있다.

 

이에 시는 지난 2007년 환경부가 허가한 외래 어종 포획단을 운영해 2달 동안 외래 어종을 잡아 올렸다. 그러나 계속되는 외래어종 유입을 막을 수 없었던 데다가, 일반 시민들이 낚시 허가 민원을 제기해 이마저도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호수공원 조성 초 매년 실시하던 토종 물고기 모니터링도 2005년 이후엔 띄엄띄엄하고 있다. 매년 실시해봤자 호수 안에 서식하는 토종 물고기가 발견되지 않아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일산호수공원 생태계 조사를 담당하는 한 민간단체 전문가는 “천적을 이용해 외래 어종 개체 수를 줄이거나, 산란기에 맞춰 그물로 대거 포획하는 방법 등이 학계에서 연구되고 있다”면서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여러 각도의 외래 어종 포획 대책을 강구하고 시민의 외래 어종 방생 행위 근절 캠페인도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필터링 장치 없이 한강에서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외래 어종을 막기가 쉽지 않다”며 “아이들의 생태 교육장으로 활용되는 호수 일부만 외래어종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양=유제원ㆍ김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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