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3당이 주요 현안에 합의하면서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것에 대해 새누리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다수를 이용한 야권의 합의가 야합이라고 비난하고 야권은 정당한 정치적 합의라고 맞대응, 정부의 추경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의 대치 국면이 우려되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4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야3당이 어제 민생 추경을 처리하는 전제조건으로 8개 ‘정략적 항목’을 내걸었다”면서 “이는 한 마디로 야합, 정략, 반협치, 반민생경제”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주요 현안에 대해 여야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야당끼리 회동해 여당이 수용하기 어려운 이슈만 묶어서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수적 우위를 활용한 횡포라고 반발하고 있다.
앞서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전날 원내대표간 회동을 통해 ▲세월호특조위 연장 ▲공수처 신설을 위한 검찰개혁특위 구성 ▲내년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의 중앙정부 부담 상향 ▲경찰 물대포에 맞아 부상한 백남기씨 사건 청문회 실시 ▲서별관청문회 실시 등 8개항에 대해 공동 추진을 합의했다.
정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를 통하지 않고서는 단 1㎝도 못 나간다는 사실을 야당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정치공세당·발목잡기당으로는 평생 야당밖에 못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야·야가 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여야가 풀어야 한다”면서 “서비스산업발전법, 노동개혁 4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부터 하는 게 순서인데, 이를 8가지 정략적 의제와 연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희옥 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도 “야 3당이 정치적 공조에 합의하면서 추경안 처리에 중대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대화와 협치를 요구하는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정략”이라고 거들었다.
반면 야권은 야당간의 정상적인 정책협의를 여권이 왜곡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당·정·청은 매번 모여 의논을 하는데, 야3당은 모여서 협의도 못하느냐”며 야권의 정책합의를 비판하는 새누리당을 몰아세웠다.
우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조사위 기간연장 요구와 백남기 농민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 촉구 등은 정당한 야당 활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당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당 원내정책회의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꿀벌처럼 일하자는 우리 야3당의 요구를 외면하면서 야당을 공격하는 말벌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야3당 합의는 4ㆍ13 총선 이후 단 한 발짝도 진전이 없는 현안들이며 국민이 20대 국회에서 강력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사안들”이라면서 “야당의 제안을 무조건 발목잡기라고 거부하면 되는 것인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민ㆍ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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