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입구에 철제구조물 설치
50㎝ 남짓 크기 숨구멍조차 없어
치명적인 환경… ‘동물학대’ 비난
낮 최고기온이 30.3도에 달하던 지난 7월30일 오후 4시께 인천시 남동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K씨(28·여)는 이곳에서 키우던 애견 말티즈 ‘라이’를 하늘나라로 보내야만 했다.
‘라이’와 산책을 하고 돌아오던 중 대형마트를 들린 K씨는 애견보관함에 ‘라리’를 놔두고 30여분 쇼핑을 하고 돌아왔는데, ‘라이’가 열사병에 숨이 멎은 것. K씨는 “보관함에 애견을 넣어둔 내 잘못이지만 마트에서 마련한 곳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며 “강아지에게 너무 미안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다”고 울먹였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경기지역 일부 대형마트에 마련된 철제 애견 보관함이 직사광선을 받는데다 숨구멍조차 없으면서 ‘사실상’ 동물학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내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4일 오후 2시께 수원시에 있는 한 대형마트는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수원의 낮 최고기온은 35도로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날씨였다. 이곳 마트 지하 1층 주차장 출입문 앞에는 ‘애견쉼터’라는 문구가 붙은 8개의 애견 보관함이 있었다.
그러나 가로세로 약 50㎝ 남짓한 크기의 보관함은 숨구멍조차 없이 일반 물품보관함과 똑같은 구조 설치돼 쉼터라는 말이 무색해보였다. 더욱이 문이 열릴 때마다 주차장에서 더운 공기가 내부로 들어오는 바람에 입구는 외부와 마찬가지로 후덥지근한 상태였다.
보관함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침을 흘리며 축 늘어져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시민 L씨(42·여)는 “이 날씨에 보관함에 강아지를 넣는 주인도 문제지만, 대책 없이 보관함을 방치해두는 마트도 문제”라고 혀를 찼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했다. 용인의 한 대형마트는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는 입구에 애견보관함이 위치, 보관함 내부 온도를 측정하자 무려 40도에 육박하고 있었다. 해당 대형마트 관계자는 “견주가 마트에 강아지를 데려오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면서도 “고객 피해가 없도록 위치를 옮기거나 안내문을 부착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동물보호단체 등은 마트에 있는 애견보관함이 명백한 동물학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는 “동물입장에서 이는 분명히 학대”라면서 “견주 책임도 있지만,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보관함을 설치한 마트도 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문가들도 애견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철호 타임즈동물의료센터 원장은 “강아지는 몸에 열이 높아지면 헐떡거리는 행위를 통해 열을 배출하는데 주변 온도가 높으면 열 배출이 힘들어진다”며 “애견이 보관함 등 밀폐된 공간에 갇혀 계속 열을 받다보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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