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바꾸자] 24. 거리 나뒹구는 일회용 컵

치워도 끝이 없는 ‘테이크아웃 컵’
담배꽁초·쓰레기 넣어 마구 버려
시민의식 개선·보증금제 도입 필요

푹푹 찌는 무더위에 아이스커피나 생과일주스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경기지역 길거리가 함부로 버려진 플라스틱 테이크아웃(포장판매) 컵으로 도배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민의식 개선과 더불어 컵 보증금이나 테이크아웃 비용 부과 등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4일 오전 10시께 수원역 로데오거리. 개점 준비가 한창인 점포 사이 골목에는 지난밤 버려진 테이크아웃 컵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컵 안에 음료가 남아 흘러내렸고 악취도 진동했다. 또 전선 지중화박스 위에는 각종 테이크아웃 컵들이 위태롭게 올려져 있었다. 오전 11시15분께 수원 아주대학교 인근 골목에서는 한 남성이 다 마신 테이크아웃 컵을 쓰레기 더미 위에 슬쩍 두고 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점심 이후엔 테이크아웃 컵이 길거리에 더욱 많이 버려졌다. 오후 2시께 군포 산본역에는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려는 사람들로 몇몇 카페 앞이 북적였다. 벤치에 앉아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던 한 무리는 10여분 뒤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까지 넣은 컵을 그대로 벤치에 두고 자리를 떴다. 화단이나 바닥 등 곳곳에도 테이크아웃 컵이 버려졌다.

 

이 같이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테이크아웃 컵에 환경미화원들도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컵 안의 음료가 주변 길가나 함께 담긴 쓰레기와 쏟아지면서 끈적끈적하게 더럽히고 있기 때문. 수원역 로데오거리를 청소하던 환경미화원 K씨(57)는 “여름철이면 이런 컵들이 셀 수 없이 많아져 플라스틱 컵만 매일 두 자루씩 나온다”며 “방금 치웠는데도 한 바퀴 돌고 오면 금세 또 쌓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는 시민의식 개선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없앴던 길거리 쓰레기통을 다시 설치까지 했는데, 무단투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서 “‘나 하나쯤이야’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시민의식 개선은 물론, 공공인프라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연구소장은 “음료나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는 것은 현시대의 문화 중 하나”라면서 “잘 버리도록 하려면 지자체나 커피전문점 등에서 공공 인프라를 마련해주거나 컵 보증금이나 테이크아웃 비용 부과 등을 통해 테이크아웃 컵 사용을 자제하는 등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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