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 주정차 교통 규칙에 포함
면허취득 때 주차교육 강화 시급
8일 오후 2시께 용인시 수지구의 한 언덕길에는 죽전역 방면 왕복 4차선 도로 양쪽 끝에 20여대의 차량이 일렬로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이곳 언덕의 가파른 수준은 마치 등산로를 방불케할 만큼 경사가 심했다. 언덕위에 아찔하게 주차된 차량들은 자치 브레이크라도 풀릴 시, 곧장 언덕 아래쪽으로 굴러 내려가 인명피해까지 우려됐다.
더욱이 이곳은 지난 4일 정차했던 마을버스가 비탈길 아래로 굴러 내려가며 7명이 사상했던 곳이지만, 핸들을 꺾어두거나 고임목을 받치는 등 사고에 대비하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앞서 오후 1시께 수원시 고등동 경기도의회 부근 한 언덕길도 사정은 마찬가지. 10여대의 주차된 차량 중 핸들을 꺾어놓은 차량은 2대, 고임목을 받쳐 놓은 차량은 고작 1대에 불과했다. 언덕길 아래는 차량 통행이 많은 로터리가 있어 자칫 차량이 굴러 내려가면 연쇄 추돌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또 수원 아주대 인근 골목길이나 의왕시 오전동의 아파트 언덕길 등도 별다른 조치없이 비탈길에 주정차한 차량을 손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도로교통공단 등은 비탈길 주정차사고가 잇따르자 주차시 핸들을 꺾어두거나 벽돌 등의 고임목을 받쳐둬야 한다고 알리고 있으나 운전자 의식은 변하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국내 운전면허시험에는 경사로 주차에 대한 별도의 교육을 하지 않고 시험평가 대상도 아닌 상황이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홍성령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언덕길에 주차하는 내용을 교통 규칙에 포함하거나 아예 면허취득 시 경사로 주차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1일 성남시 수정구의 한 언덕길에 정차해둔 SUV가 행인 4명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 다음날인 22일에는 수원의 한 언덕길 위에 주차된 트럭이 그래로 내려가 남성 한명을 치어 숨졌다. 또 지난 4일 용인에서는 잠시 정차한 마을버스가 언덕 아래로 굴러내려가며 7명이 사상하기도 했다.
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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