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러면 안 된다. 다른 기관도 아니고 경찰이다. 법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사람들이다. 도둑놈 잡는 실력으로 평가하는 게 맞다. 그런데 둘은 지역을 얘기하고 파벌을 얘기했다. 피해의식인가. 승진 불만이었나. 하지만, 그렇게만 볼 일도 아닌 게…. 다른 경찰들도 같은 말을 한다. 그 말들이 맞아 보이는 인사의 예(例)도 수두룩하다. 안타까운 건 그 둘이 하필 경기도-다들 ‘세계 속에 웅도(雄道)’라며 추켜 세우는- 출신이라는 점이다.
경찰관 둘의 푸념. 이 푸념을 뒷받침할 통계가 있다. 경찰청장 제도는 1991년 시작됐다. 참여정부 2003년부터는 2년 임기제로 바뀌었다. 그동안 취임했던 경찰청장이 19명이다. 이 19명의 출신지를 새삼 세어 볼 필요가 있다. 영남 출신이 무려 12명이다. 전체 63%다. 나머지 7자리는 호남ㆍ충청ㆍ서울ㆍ황해도 출신이 나눠 가졌다. 인구 154만의 강원도는 0명, 인구 62만의 제주도도 0명이다. 그리고 인구 1천252만의 경기도가 0명이다.
차라리 옛날은 나았다. 수장(首長)의 자격을 업무에 맞추는 시늉이라도 했다. 1948년부터 1973년까지가 치안국장 시절이다. 경찰의 주(主) 업무는 빨갱이 잡는 거였다. 김태선(2,4대ㆍ함경남도)ㆍ장석윤(3대ㆍ강원도)ㆍ이익흥(5대ㆍ평안북도)ㆍ홍순봉(6대ㆍ평안남도) 국장이 줄줄이 이북 출신이다. 빨갱이 싫어 고향 버리고 온 인사들이다. 빨갱이 잡는 경찰에 더 없는 적격으로 본 듯하다. 차라리 그게 나았다. 출신지보다는 합당했다.
이 지긋지긋한 지역주의(Regionalism). 사전은 이렇게 풀고 있다. ‘지역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자주성을 유지하면서 연대·협력을 촉진하는 개념’. 그런데 이 말이 한국 정치로 오면서 패악(悖惡)이 됐다. 지역끼리 뭉치고 타지역을 배척했다. 경찰에 오면서는 더 어긋났고 더 나빠졌다. 지역끼리만 청장 했고, 다른 지역의 기회는 빼앗았다. 그 지역주의에 병들어온 경찰청 25년이 몸쓸 통계를 남겼다. 영남 청장 12명. 호남 청장 2명. 경기도 청장 0명!
고쳐야 한다. 새로운 지역주의로 고쳐야 한다. 소외된 지역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 소외된 지역을 넉넉히 평가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강원 출신 청장, 제주 출신 청장, 경기 출신 청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맞춰 놓고 새로 시작하는 게 공정한 개혁이다. 망가진 경찰청 25년 인사를 바꾸는 억지스러우면서도 유일한 치료법이다. 역(逆) 지역주의라고 노(怒)할 필요도 없다. 그래 봤댔자 20명 중 1명이고, 100%의 5% 아닌가. 내일이 신임 청장 청문회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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