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사건’ 수원 지동, 가장 안전한 마을 선포 1년…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한 마을’

道·수원시, 사업 추진 지지부진 7월에서야 겨우 협의체 구성
CCTV·보안등, 큰 길가에 집중 막다른 길 많고 골목은 아직 컴컴

▲ 경기도와 수원시가 지난해 오원춘 사건 등 강력범죄 마을로 인식이 강한 수원시 팔달구 지동을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마을 만들기에 나섰으나, 주민들은 여전히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22일 저녁 지동에서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 여성이 귀가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이곳이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마을이 맞나요?”

 

최근 기록적인 폭염으로 밤늦도록 잠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동네 공원이나 골목길 등에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즘이지만 수원의 한 동네에서는 해가 지면 인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저녁이 되면 어두운 골목길에 스산함 마저 감도는 이곳은 바로 수원시 지동이다.

 

지난 21일 밤 10시 수원시 지동의 벽화마을. 거리를 지나는 주민을 찾아보기 어려워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골목길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는 주민 A씨(65)는 “이 동네는 좁은 골목이 많아 밤만 되면 인적이 드물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최근 CCTV와 가로등을 늘렸다고는 하나 좁은 골목길이 많아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빠른 걸음으로 골목길을 지나던 B씨(52)는 “이전부터 오래된 주택들이 많아 밤이 되면 스산한 기운이 들었는데, 전국적으로 이슈가 됐던 강력범죄가 발생한 이후부터는 야간 통행은 물론 주민 간 교류도 많이 단절됐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와 수원시가 지동을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마을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원 지동은 주민들에게 ‘불안’한 마을이다.

 

22일 경기도에 따르면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해 4월 국회의원, 도의원 등과 함께 수원 지동을 찾아 야간 순찰을 돈 후 지동을 안전시범지역으로 지정해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마을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 경기도는 지난해 8월25일 수원시와 함께 지동을 ‘따복안전마을’로 조성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2017년 2월까지 3단계에 걸쳐 따복안전마을 추진계획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선포했다.

 

‘따복안전마을’ 조성 계획은 먼저 1단계로 지난해 연말까지 주민의견 수렴 및 과제 발굴, 주민조직 구성을 마치고 2단계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주민제안 공모사업 추진, 마스터플랜 및 세부 사업추진계획 수립, 3단계로 내년 2월까지 사업실행 및 주민제안 공모사업 추진 등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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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도와 수원시 등 행정기관에서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11개여 월 만에 지난 7월에서야 겨우 ‘지동따복안전마을주민협의체’가 구성,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따복안전마을이라는 것이 어떠한 모습인지, 지동이 앞으로 어떻게 변모할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

 

또 도와 수원시는 지난 1년 동안 CCTV (28개)와 보안등(115대)을 추가로 설치했지만 대부분 큰 길가와 도로변에 집중, 지동 주민들은 정작 범죄가 우려되는 골목길은 아직도 어둡고 위협적이라며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가장 큰 원인으로 ‘노후된 주택’들과 ‘미로 같은 골목길’을 꼽으며 주민공동체 활동만으로는 안전마을로 변모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동에서 거주하고 있는 C씨(45)는 “다른 동네로 이사 가고 싶어 집을 내놓아도 지동에 이사 오려는 사람이 없어 집이 팔리지 않는다”며 “길이 워낙 좁고 막다른 길도 많아 동네 주민들도 무서운 느낌을 받는데 외지인들에게는 얼마나 위협적이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주민공동체 사업의 특성상 시설정비보다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력 사업을 추구하고 있어 사업 추진이 다소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 7월 주민협의체가 구성된 만큼 범죄예방환경설계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 지동의 인구는 2011년까지 1만6천700명 수준을 유지해오다 지난 2012년 강력범죄가 발생한 이후 급격히 줄어들어 2013년 1만5천676명, 2014년 1만5천291명, 2015년 1만4천841명, 올해 현재 1만4천471명 등 지속적으로 주민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김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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