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특별기고 계기로 알려져 탈북 이복 여동생과 극적 만남
남이장군 묘 참배 후 기자회견 분단이 빚은 비극에 눈시울 붉혀
본보에 개재된 특별 기고(7월1일자 22면)를 통해 한반도 분단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적 아픔을 간직한 사연이 알려진 카멘 남(Kamen Namㆍ59)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대 교수가 29일 생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남이 장군의 19대 후손이자 남승범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교 전 교수의 아들인 카멘 남 교수는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이복 여동생인 남율주씨(가명ㆍ49)와 첫 만남을 가졌다.
카멘 남 교수가 경기도청을 직접 찾아 기자회견을 하게 된 이유는 이번 방한이 남경필 경기지사의 초청에 의한 것이 때문이다. 남 지사는 지난 5월 불가리아 출장길에서 카멘 남 교수를 알게 돼 한국 방문을 제안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행복’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긴 시간 고생해온 여동생에게 앞으로 보상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남율주씨는 “어릴 적 외국에 형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를 미워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훌륭한 오빠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라며 “이 순간 아버지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 나도 북한에 있었다면 오빠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오빠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평생 느끼면서 살아온 카멘 남 교수가 생각하는 전쟁, 그리고 평화는 어떠한 것일까.
카멘 남 교수는 “전쟁은 무엇인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 깨지게 하는 속성이 있다. 모든 나라는 평화롭게 살 필요가 있다”며 “평화는 누가 어떻게 실천하는가의 문제다. 내 자손과 아이들에게 인간에 대한 존경심, 모든 인간은 스스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달 3일 불가리아로 돌아갈 예정인 카멘 남 교수는 방한 기간 DMZ, 임진각, 도라산 전망대, 판교테크노밸리, 화성행궁, 경복궁 등을 방문할 계획이며 30일에는 도청에서 진행되는 ‘제315회 21세기 희망의 경기포럼’ 강사로 나서 ‘지리학자로서 본 불가리아 발칸 비경과 한국으로의 여정’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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