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 주도 예비대학 과정 시동… 입시제도 혁신”

경기언론인클럽 이재정 교육감 초청토론회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31일 경기문화재단 다산홀에서 열린 ㈔경기언론인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경기교육이 변화하면 대한민국이 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 교육감은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외치면서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예비대학 교육과정’을 정착시켜 현행 입시제도의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홍문기 한세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이재정 교육감을 비롯해 이용성 경기일보 사회부장과 김성규 경인일보 사회부장, 동규 중부일보 사회부장, 최영재 경기신문 사회부장, 이동민 OBS 취재부장, 이창호 티브로드 취재부장이 패널로 참석해 야간자율학습폐지와 예비대학 교육과정, 416교육체제, 학교폭력 등 다양한 교육 현안을 두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도는 도심과 농촌으로 이뤄진 도농복합지역이 많아 지역별 편차가 다양한 곳이다. 지역별·학교별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일괄적으로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하려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야간자율학습이 생겨난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야자는 대학입시를 준비하거나 여러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현실이 낳은 하나의 결과물이다. 

얼마 전 향년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엘빈 토플러는 “한국에서 학생들이 장래에 또는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뼈아픈 한 마디다.

 

야자는 한국 고등교육의 가장 비정상적인 요인이다. 이 같은 문제 의식 속에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현실이 그러니까’, ‘학부모가 그러니까’라는 이유로 변화라는 목전에서 머뭇거리기만 했다. 

더군다나 우리가 사는 시대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만큼 학생들을 기존의 틀에 얽매는 것이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에 학생들을 야자에서 해방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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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가 교육계 전반적으로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야자 폐지를 두고 찬반 논란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방향과 바람이 있다면.

9시 등교를 시행하면서 학생은 물론 학부모, 선생님까지도 행복해졌다. 이번 야자를 없애는 것도 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행복감을 주기 위함이다. 또한 자신감도 만들어 줄 것이다.

 

야자폐지 후 도교육청이 준비하는 예비대학 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듣거나 꿈의 학교에서 원하는 분야를 경험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완성시킬 수 있다. 결국 학생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야자가 폐지된다면 선생님들이 비로소 정규 교과에 전념할 수 있다.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사교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나 예비대학과정과 꿈의 학교로 더욱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야자 폐지와 예비대학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꿈과 미래를 찾아가고 자기 자신을 완성하는 교육적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예비대학 교육과정의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이고 현재 어디까지 추진됐는지.

예비대학은 내년 3월에 시작할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도내 학교 교장들과 협의했고, 학부모들과 의견도 나눴다. 또한 서울을 비롯한 도내 대학 총장을 만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서울의 한 대학교의 경우 입시 체제를 바꿔야겠다고 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다음달 1일 예비대학과정을 담당할 팀이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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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홍문기 한세대 교수
-416교육체제 내용의 공감대를 어떻게 확산시킬 수 있는지.

경기교육은 416 교육 이전과 후로 나뉘어야 한다. 변화의 초점은 다른 것이 아닌 우리를 몰아 넣었던 경쟁 교육이다. 자본주의가 가져온 병폐와 물질만능주의 병폐라고 한다면 교육은 달라져야만 한다. 과거 경쟁 교육으로부터 탈피해 학생들이 함께 하는 공동의 교육, 협력의 교육 등으로 변화할 때다.

 

이것이 효율적인 지방 교육, 자치 교육 체계로 가야 된다. 세월호 참사 때 메뉴얼에 따라 체크리스트를 냈는데 너무 광범위했다. 그 체크리스트는 교육부가 만든 것이다. 정말 유용했느냐라고 묻기 전에 작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남이 만들어 준 것이니까. 결국 사고를 만들어 냈다. 어떻게 다양성이 있는 교육, 자치 교육, 지역에 맞는 교육을 하느냐 그것이 416교육체계의 정신이다.

 

경기도는 다른 시군과 교육환경, 규모 등 여러가지가 다르다. 이 다름을 다르게 만드는 것이 416교육체제의 목표다. 알다시피 조만간 국회와 416교육체제로 전환돼야 할 부분을 협의할 것이며, 교육부와도 진행할 예정이다. 성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학교 폭력이 줄지 않고 있다. 특히 교내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는데 책임 소재를 두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초등학생의 경우 언어폭력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이들은 어렸을 적 싸우거나 욕도 하면서 자라는데 이를 두고 과대하게 포장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요즘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대부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인 소위 학폭위에 넘어간다. 학폭위에 넘어가게 되면 법에 근거해 징계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친구와 싸웠을때 학폭위가 아닌 회복적 교육이 필요하다. 대안으로 만든 게 학교폭력중재위원회다. 학교폭력중재위원회는 회복적 생활 교육을 지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서로의 관계를 다시 만들어 회복시켜 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학교 폭력이 없는 학교의 특징은 인성교육이 일품이다. 등교시간에 교장 선생님이 학교 앞에 나와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안아주기도 한다. 담임 선생님은 모든 학생의 이름을 다 불러주고 문제가 있는 학생은 먼저 대화를 나누려 다가간다. 이는 회복적 생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이자 근간이다.

 

-SNS를 통한 집단 따돌림이 등장했다. 이를 당한 학생들은 전학을 가거나 상급학교로 진급을 해도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입는데.

SNS를 통한 학생들의 소통 방법이 달라졌다. 친구들과 대화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친구들끼리 만든 밴드에 가입했느냐, 아니냐라는 것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SNS 친구가 무엇인가에 대한 교육과 지침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친구 사이가 깨지면서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학기제와 같은 시험이 없고 경쟁이 없는 상황에서는 원만한 교우 관계가 나타난다. 교과를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이 같은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학생들 간의 폭력 또는 교사와 학생,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발생했다. 이를 관리감독하는데 도교육청 차원에서 어떻게 체계화 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견이 있다면.

현재 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체제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교사와 학생, 교사와 교사는 교장이 책임을 진다. 교장 이후 지역교육지원청이나 도교육청은 실질적으로 책임 여부를 조금 더 검토를 해봐야 한다.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임기가 정해져 있는 학교장에게 전권을 주기에 학교 내에서 발생한 문제는 학교장의 책임이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징계만 내리고 인사는 별개의 문제다. 때로는 바로 옮겨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현실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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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초청토론회’가 ㈔경기언론인클럽 주최로 31일 오후 경기문화재단 다산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 교육감과 신선철 경기언론인클럽 이사장(경기일보 대표이사 회장), 패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전국시도협의회장을 맡고, 지역에서 현장토크를 벌이는 등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는 재선 도전을 위한 것인지.

지난 2014년에 교육감 선거에 나갈 결심을 한 것은 불과 선거 두 달 전이다.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결심이 늦다. 2년 간 교육감으로서 일을 추진하면서 학생중심으로, 현장중심으로 일하기로 마음 먹었다.

 

일선 현장에서 교장 선생님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이 가진 자세는 무엇인지’, ‘학교 현장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넉달 동안 도내 모든 교장 선생님을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정말 큰 도움이 됐다. 학교 현장에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학부모를 만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확답 피함)

 

더 감동적인 것은 교장들이 교직생활 동안 교육감이랑 토론해본건 40년동안 처음이라며 고맙다고 하더라. 교육감에 대한 기대가 있구나. 이런 생각했다. 학부모 만나는 이유가 현장 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교육의 중요함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움직임이 아닌 교육적 움직임으로 봐달라.

-교육감 선거는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나은 지 아니면 도지사와 런닝메이트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견을 듣고 싶다.

직선제 이유가 세가지 있다. 헌법정신에 충실한 것과 전문성, 독립성 등이다. 교육감을 뽑을 때 지역적 특성. 지역민 민심 반영이 중요하며 교육은 미래지향적인 것이다. 10~20년을 내다보면서 투자를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도지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래서 런닝메이트로 하는 건 맞지 않다. 교육감을 어느 정당 출신으로 보는 것은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다. 적극 반대한다.

 

김규태ㆍ정민훈ㆍ구윤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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