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wiz 배우열, “첫 승까지 8년… 희망의 끈 놓지 않았다”

▲ 배우열 kt wiz제공
▲ 배우열 kt wiz제공

첫 승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프로야구 kt wiz 우완 불펜 배우열(30)은 지난 4일 수원 LG전에서 1.2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하고 승리 투수가 됐다. 2009년 LG 육성선수로 프로에 데뷔한 이후 8년 만에 거둔 첫 승이었다.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다음 날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배우열을 만났다. 그는 “오래 걸리긴 했지만 첫 승을 거둬 너무 기쁘다”고 했다.

 

배우열의 프로 생활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경희대 졸업반이던 2008년 열린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회의에서 그는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선택받지 못했다. 구속이 느리다는 이유에서였다. 성남 야탑고 시절에는 대학 진학이 확정된 상태였다곤 하지만, 대학 4학년 때 겪은 두 번째 좌절은 무게감이 달랐다. 더욱이 그해 72.1이닝을 던져 6승을 챙기고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했을 만큼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그의 상실감은 더했다.

 

입단테스트를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LG에 입단했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구속을 140㎞ 중반대까지 끌어오려도 좀처럼 출전 기회는 오지 않았다. 배우열은 2009~2010년 두 시즌 동안 8경기 출장에 그쳤다. 성적도 1홀드, 평균자책점 15.00으로 저조했다. 한계를 맛본 그는 입대를 선택했다. 웨이트에 전념하며 몸집을 키웠다. 공에 무게를 싣기 위해서였다. 효과는 확실했다. 배우열은 2년 동안 상무 필승조 셋업맨으로 활약하며 승률 100%를 찍었다.

 

자신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전역했지만, 이번엔 부상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어깨 통증으로 단 1경기에도 나설 수 없었다. 결국 배우열은 2013시즌 올스타 브레이크 직후 LG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배우열은 “솔직히 가장 막막한 순간이었다”며 “부상에서 복귀하려던 차였는데 주위 사람들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고 했다.

 

배우열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홀로 재활을 하고 훈련을 이어갔다. 그러자 고향 연고팀인 kt가 배우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수원 신곡초와 수원북중을 나온 ‘수원 토박이’다. “당시 나도현 운영팀장님께 연락이 왔는데 믿음을 심어주시더라고요. 어깨 부상을 당하기 전 던졌던 좋은 공을 다시 던질 수 있으니 함께 하자고 하셨어요.” 배우열은 kt 입단 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범현 감독과 정명원 투수코치는 그에게 완급조절을 강조하면서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다잡아줬다.

 

지난해 배우열은 12경기에 나서 16이닝을 던지고 승패 없이 1홀드 평균자책점 5.63을 기록했다. 모든 면에서 프로 입단 후 최고 성적이었다. 배우열은 올 시즌 또 한 번 커리어 하이를 향해 가고 있다. 시즌 초반 종아리 부상으로 두 달 결장했지만, 5일까지 24경기에 등판해 29.2이닝 동안 1승1패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했다.

 

“종아리 부상을 당한 경기가 4월13일 넥센전이었는데, 그날 세이브를 챙겼어요. 그때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만약 난타를 당하고 부상을 입었다면 지금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순 없었을 거예요. 자신감의 차이죠.” 배우열의 남은 시즌 목표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시즌 전 목표를 50이닝으로 잡았어요. 30이닝에 조금 못 미치는데, 아직 24경기가 남았어요. 마지막 날까지 던지고 싶어요.”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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