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바람처럼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20년 프로야구 생활이 끝났다. 지나고 나서 보니까 그렇게 느껴진다.”
정교한 타격 실력으로 ‘스나이퍼’라는 별명이 붙은 장성호(39)가 11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wiz와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은퇴식을 가졌다. 2015년 kt 유니폼을 벗은 지 약 10개월 만이다. 장성호는 지난해까지 20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96을 기록한 KBO리그 최고 교타자 중 하나였음에도 구장에서 팬들과 작별을 고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kt의 배려로 그간의 기다림을 보상받았다.
1996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장성호는 KIA(해태 포함)에서 14년을 뛰었고, 이후 한화(3년)와 롯데(2년)을 거쳐 지난해 kt까지 한 시즌도 거르지 않고 1군 무대를 누볐다. 2002년엔 타율 0.343으로 타격왕 타이틀도 거머쥐었고, 2012년 9월18일 포항 삼성전에선 최연소(34세 11개월)로 2천안타 고지를 밟았다.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시즌 8월19일 수원 넥센전에서는 역대 두 번째로 2천100안타를 달성했다. 장성호는 당시 넥센전에서 오른쪽 정강이 부상을 당하면서 은퇴를 선택했다.
장성호는 이날 멀끔한 정장 차림으로 정든 그라운드 위에 다시 섰다. 그가 등장하자 관중석에는 장성호의 대형 유니폼이 내걸렸다. 1루측에는 kt 시절 유니폼이, 3루측에는 타이거즈 시절 유니폼이 펄럭였다. 선수 시절 응원가였던 “날려버려 날려버려 안타 장성호”가 울려퍼진 가운데 장성호는 그라운드로 나온 양 구단 선수들, 그리고 팬 60여명과 베이스 러닝 퍼포먼스를 펼쳤다.
장성호는 베이스 러닝 퍼포먼스 후 시포를 했다. 시구는 아내 진선미씨가 맡았다. 타석에는 두 자녀 서진양과 우진군이 섰다. 시구가 끝난 뒤 장성호는 마운드 쪽으로 걸어가 아내 진씨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장성호는 “마지막 순간만큼은 아내가 시구를 해줬으면 했다“며 ”결혼 후 16년 동안 고생한 아내에게 줄 수 최소한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성호는 은퇴식에 앞서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1년이 지나 은퇴식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좋은 은퇴식을 마련해 준 kt에 감사드린다”며 “타이거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kt에서 마무리를 했기 때문에 나에게 더욱 뜻깊다”고 감사를 표했다.
현재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장성호는 지도자로서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지도자는 한 사람을 책임져야 한다. 확실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치한다며 내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배우는 사람에게도 큰 타격이다”라며 “야구 공부를 많이 해 자신감이 생겼을 때 현장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장성호는 후배들을 향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세월은 빠르다. 후배들에게도 유니폼을 입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두면 야구의 중요성을 느낀다. 시간을 아까워하면서 현역에 있을 때 멋지고 좋은 추억을 만들기를 바란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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