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의 알프스 중년 요들송 인생은 아름다워
지난 3일 오후 2시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에델바이스’가 울려 퍼졌다. 경쾌한 종소리가 함께한 에델바이스는 사뭇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날 공연은 생활문화 동호회인 ‘분당요들클럽’이 발달장애우들을 위해 준비한 무대다. 공연에는 20여 명의 회원 가운데 5명이 참여했다. 동호회에 소속된 회원들은 ‘알프스소녀 하이디’에 나올 법한 빨간색 스위스 전통옷을 입고 등장해 시작부터 박수를 받았다.
소 목에 다는 방울처럼 생긴 악기인 ‘카우벨’로 ‘에델바이스’와 ‘작은 동물원’, ‘꼬부랑 할머니’, ‘작은 별’,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 등을 연주하고, 기타연주를 곁들여 요들송을 메들리로 불렀다. 중간 중간 생소한 악기 설명을 곁들이고, 관객들의 환호를 유도하는 그들의 모습은 흡사 전문 예술인의 포스가 느껴졌다.
공연을 관람한 발달장애우들은 유도에 따라 동요를 따라 부르고, 공연 마지막에는 무대 앞으로 나와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 앉아있던 이들은 한 목소리로 ‘앙코르’를 외쳤고 한 시간 내내 연주하랴 노래 부르랴 분주했던 회원들의 입가에도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김혜정 분당요들클럽 회장은 “분당요들클럽은 2008년 4월 창단됐다. 성남문화재단에서 요들 강의를 듣다, 요들에 빠져 동호회를 구성해 활동하게 됐다”며 “회사원, 전업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20명의 일반인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남문화재단 사랑방클럽에 소속된 이들은 성남 내 공연을 주로 했지만 활동반경을 넓혀보고자 동호회와 공연장소를 연계해주는 경기문화재단 생활문화사업에 지원, 올해부터 경기도내 곳곳을 찾아가고 있다. 재단에서 소정의 교통비와 식비를 지원받으며, 그간 수원과 안산 등에서 공연했다.
김 회장은 “우연히 재단에서 동호회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알게 됐다. 성남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경기도내 곳곳에 우리의 요들을 들려주고 싶어 신청했다”며 “덕분에 발달장애우들을 위한 뜻깊은 공연을 펼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기뻐했다.
이날 공연은 분당요들클럽 말고도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도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동이 쉽지 않은 발달장애우들의 특성상 문화 공연을 즐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분당요들클럽이 찾아와 소중한 공연을 선물한 것. 특히 이들의 청아한 음색과 귀를 간질이는 목소리는 장애우들에게 문화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 됐다.
기관 관계자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승용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팀장은 “외부에 나가기 어려운 장애우들은 문화공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이번 분당요들클럽의 공연이 큰 힘이 됐다”며 “우리에게 더 맞춤으로 공연해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생활문화 동호회 분들이 찾아줘 일반인들의 관심이 더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런 일반인의 재능기부가 확대돼 양쪽 모두에게 보람 있고 즐거운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요들은 큰 소리를 내어 서로 소식을 전하는 데서 출발한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노래방 반주 등 여건이 있어야 노래할 수 있지만 요들은 스스로 소리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있다. 비용도 들지 않고 생활문화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일상생활과 취미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요들은 그냥 삶의 일부”라고 단언한다. 그는 “취미라도 1~2년 만에 되는 건 없다. 활동 과정을 즐기는 것이 곧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지금 40대라도 50대가 돼 훌륭하게 잘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을 펼치면 된다는 마음으로 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에 있어 요들은 단순히 취미활동이 아니다. 말 그대로 생활의 일부가 된, 생활 속에서 즐기고 있는 문화인 셈. 김 회장은 “생활문화 활동으로 삶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자랑했다.
그는 “생활이 바빠졌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내가 공연을 선보이는 연예인으로 바뀌었다. 분당요들클럽의 회장을 오래 하다보니 기타 치며 여성 트리오로도 활동하고 있다.
4인조로 우쿨렐레도 한다. 기타를 치며 베이스와 협연하게 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조그만 곳이지만 공연도 하게 되고, 삶이 바뀐다. 노후를 즐겁게 대비하게 됐다. 생활문화를 하는 사람들은 하나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른 분야가 보이면 시도하게 된다”고 웃었다.
그에게 생활문화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제2의 꿈을 꿀 수 있는 것. 제2의 인생이 열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배우고 공연하며 즐긴다. 사실 40~50대에 쉽지 않은 일이다. 일반인이지만 요들공연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봉사공연 자체가 보람이다. 음악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삶이 특별한 무언가로 채워지는 것 같다. 전에는 퇴근 후 고기에 소주 한잔이 여가였다면 지금은 운동, 공연 등 다양해졌다. 의식 수준이 향상되며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여가가 됐다고 생각한다.”
송시연ㆍ손의연기자
후 원 :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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