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왁자지껄” 함께하는 배움수업] 14. 화성 봉담高 ‘하브루타’ 학습법

“친구들과 말하며 공부하니 기억에 더 오래 남아요.”

 

수업시간에 친구와 떠든다고 혼나던 교실은 옛말이 되고, 오히려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이야기하라고 독려하는 교실이 있다. 바로 화성 봉담고등학교의 2학년 중국어 교과 수업이다. 

짝과 함께 토론하며 학습하는 ‘하브루타(Havruta)’ 학습법을 적용해 수업이 이뤄진다. 하브루타는 유대인 부모의 자녀교육법으로도 유명하다. 이 수업은 특별한 수업 과정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고등학교에서 듣는 제2외국어 시간이지만, 수업 방식만큼은 특별하다.

 

전소영 교사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친구들과 이야기할 시간을 반드시 마련해준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수업을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전 교사는 중국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회화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국어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친구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하면서 자신과 그 외의 것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날 진행된 수업의 주제는 ‘취미’였다. 전 교사는 학생들에게 취미에 대한 중국어 표현을 알려주고서 하브루타 시간을 줬다. 4명씩 구성된 11개 조에서 취미를 묻고 답하는 중국어 표현이 쏟아져 나왔다. 

한 학생이 “자신의 취미는 요리”라고 소개하자 다른 조원들은 “잘 만드는 요리가 무엇이냐”고 되물었고, 그 학생은 “안동찜닭”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표현하고 싶지만 모르는 단어는 바로바로 전 교사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각 조에 있는 멘토로 지정된 학생은 교사를 대신해 하브루타 시간을 이끈다. 교사 한 명이 반 전체 학생과 소통하는데 한계가 있어 멘토가 보완하는 역할을 도맡는다. 전 교사는 한 조 내의 의견 교환뿐만 아니라 멘토 이동 시간을 따로 마련해 학생들 간 더 많은 의견이 교환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생들에게 이 수업은 매주 기다려지는 수업이다. 성민혁군(18)은 “필기만 하는 다른 수업과 달리 활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어서 배웠던 것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며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라 수업 방식이 학습에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수원양(18)은 “같은 반이라도 쉬는 시간 외에는 많은 친구랑 얘기할 기회가 적은데 하브루타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친밀감이 한껏 높아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 교사는 “단지 암기 학습만 하는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 나아가 다른 사람이나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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