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까지 흔들린다

도내 학교들, 지진 발생 후 수십분 지나서야 귀가 지시
매뉴얼은 현장서 무용지물… 도교육청 안전관리 구멍

최근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이 경기북부까지 감지되는 등 경기지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되지 못하는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이 재난 대응과 관련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도교육청이 자체 제작한 매뉴얼은 사실상 세부적인 행동강령이 없어 제 기능을 못하는데다가 학생 안전과 관련해 늑장 대응에 나서는 등 안전 관리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20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 2014년 10월 재난실무매뉴얼을 제작, 각 지역지원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배포했다. 매뉴얼은 지진과 같은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1차로 유선상 피해를 보고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후 피해 상황에 따라 2차 조치가 이뤄지도록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2일과 19일 지진이 발생할 당시 이 같은 매뉴얼은 현장에서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의 여파가 일선 학교까지 미쳤지만 매뉴얼 상 이를 책임지고 대응해야 할 학교장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 이에 도교육청은 지진이 발생한 뒤 수십여 분이 지난 뒤에야 학교장을 대신해 학교 관리자에게 문자를 보내 귀가를 지시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특히 도교육청은 지난 12일 우리나라 관측 사상 최대 규모 5.8 지진이 경북지역에서 발생했음에도 수학 여행을 자제하라는 공고 조차 내보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9일 또다시 진도 4.5의 지진이 발생하자 도교육청은 그제서야 뒤늦게 다음날인 20일 해당 지역으로 수학여행을 가급적 자제할 것을 지시하는 등 늑장 대응에 나서 학부모 등으로부터 원성을 샀다. 

학부모 A씨(53·여)는 “비록 지진의 여파가 크진 않았으나 학교에서 지진과 관련돼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교육당국의 재난 대응 능력에 의구심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도내 전체 학교 건물 4천920동 가운데 67.7%(3천335동)는 내진 설계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올해 교육부에서 지원받은 예산을 포함, 총 137억 원을 들여 25개동의 내진보강설계를 진행하지만 내진설계가 시급한 순위가 아닌 학교를 우선 선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60년이 지나야 도내 전체 학교에 내진설계가 완성된다”며 “현재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내진보강설계에 속도를 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진보강설계 학교 선정은 각 지역지원교육청 내 건물 연수와 대도시 여부, 학생 수 등 여러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 것”이라며 “매뉴얼은 내부적으로 개정을 논의 중”이라고 해명했다. 

정민훈·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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