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체험장은 곧 자연 체험장이다. 나무, 꽃, 숲, 동물 등을 보고 배우며 휴식하는 곳이다. 여기에는 다른 유휴 시설과 다른 특징이 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이뤄진 자연을 그대로 체험의 객체로 삼는다. 각박한 도심 생활에 찌든 시민들에게 더 없이 소중한 공간으로 각광받는다. 가족 단위 이용객이 많다 보니 아이들 또한 산림 체험의 주요 고객이다. 아이들에겐 자연을 보고 공부할 수 있는 현장이다.
그런 산림 체험장이 자연을 훼손해 만들어졌다면 어떻게 되겠나. 그 파괴된 자연 현장을 보며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나. 이런 황당한 행정이 우리 주변에서 이뤄지고 있다. 평택시가 지난해부터 만들고 있는 산림 체험장이다. 부락산 공원에 산림 체험장을 만들어 곧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곳의 핵심 시설로 흔들다리와 플라잉집 등의 구조물이 있다. 아이들이 주로 활용하게 될 연습코스와 청소년 코스, 성인 코스 등으로 나누어졌다.
이런 시설물들이 자연을 훼손한 채 만들어졌다. 나무마다 10m가 넘는 와이어가 거미줄처럼 매달려 있다. 사람이 서 있을 수 있는 발판이 설치된 곳도 나무다. 시설물을 고정하겠다며 나무에 못을 박기도 했다. 나무 둥지를 노끈으로 감아놓기도 했다. 나무들이 견딜 리 없다. 준공도 하기 전에 부작용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수십 년 된 나무의 껍질이 벗겨져 나가기도 하고, 와이어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무가 휘기 시작한 곳도 있다.
현장을 둘러본 환경교육연구지원센터 관계자는 “나무가 자연상태에서 장력 등을 받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침엽수의 경우 뿌리가 손상돼 수명이 크게 줄어든다”고 걱정했다. 굳이 전문가의 조언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생장하는 나무는 빨랫줄 하나에도 고사한다. 하물며 나무에 못 박고, 쇠줄 매고, 노끈 감싸는 일이다. 이런 상태에 놓인 나무가 몇 년이나 가겠는가. 체험장을 찾을 아이들에겐 또 뭐라고 교육할 건가.
지방자치 이후 과도한 경쟁이 낳는 부작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때마다 지적되는 게 ‘검증 안 된 보따리장수들’이다. 치적에 목마른 선출직에 아이디어랍시고 이런저런 제안을 던진다. 선출직들은 그런 아이디어를 받아 담당 공무원들에게 실행을 지시한다. 공무원들은 문제를 알면서도 단체장의 지시다 보니 그대로 따른다. 이런 작업들이 곳곳에서 황당하고 엉뚱한 결과를 낳고 있다. 이번 평택시의 ‘산림 훼손 체험장’ 사업도 혹시 그런 전철을 밟은 것이 아닌지 의심케 된다. 도대체 누구의 발상이고, 누가 결정했으며, 누가 시공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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