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주에서 역대 최강 규모인 5.8의 강진이 일어난데 이어 19일에도 4.5의 여진이 발생했다. 12일 이후 400건 넘는 여진이 발생한 가운데 가장 강력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앞으로 규모 6.0을 넘는 강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수도권에서도 지진이 감지되면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진 공포가 전국을 뒤흔드는데 정부의 지진 대응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재난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는 무능함만 드러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정부의 재난 대비책은 달라진 것이 없다.
일선 학교 현장도 속 터지기는 마찬가지다. 경주에서 여진이 계속되고, 언제 또 강진이 발생할 지 모르는데 수학여행을 갔으니 말이다. 19일 4.5의 여진이 발생한 날, 이천초등학교 6학년생 95명은 경주 안압지에서 야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다행히 피해는 없었지만 지진에 놀라 새벽 4시에 급히 이천으로 복귀했다. 지진이 계속되는데도 아이들을 끌고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처사다. 학교도, 교육청도 정신이 나갔다. 학생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반증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뒤늦게 지진이 발생한 경주 또는 인근 지역으로의 수학여행을 가급적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 학교에 전달했다. 진작 내렸어야 하는 조치다. 이번 주중 경주행 수학여행을 계획한 초교 9곳ㆍ고교 1곳이 일정을 전면 취소하거나 연기했고, 일부는 행선지를 변경했다.
도교육청은 2014년 10월 재난실무매뉴얼을 제작, 각 지역 교육지원청과 일선 학교에 배포했다. 매뉴얼은 지진 같은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1차로 유선상 피해를 보고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후 피해 상황에 따라 2차 조치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 12일과 19일 지진 발생 당시 이 같은 매뉴얼은 무용지물이었다. 지진 여파가 학교까지 미쳤지만 매뉴얼상 이를 책임지고 대응해야 할 학교장이 제 역할을 못했다. 지진 발생 수십분 뒤 도교육청이 학교장을 대신해 학교 관리자에게 문자를 보내 귀가를 지시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경주지역 수학여행 자제 공문도 20일에야 내려졌다. 도교육청과 일선 학교 모두 재난 대응과 관련 총체적으로 부실함이 드러난 것이다.
도내 전체 학교 건물 4천920동 가운데 67.7%인 3천335동이 내진설계가 안 돼 있는 것도 문제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60년이 지나야 도내 전체 학교의 내진설계가 완성된다니 경악할 일이다.
언제 더 큰 지진이 닥칠지 모른다. 내진설계도 서둘러야 하고, 재난대비책도 보다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을 다시 겪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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