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바꾸자] 30. 인터넷 언어예절

얼굴 안 본다고… 도넘은 욕설·성희롱 난무

“이 XX같은 XX야, XX버린다”

 

오산에 사는 K씨(26)는 최근 유행하는 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기분이 나빠져 게임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K씨가 수차례 게임에서 패하자 같은 편인 이용자 A씨가 심한 욕설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욕설은 40여 분간 계속됐고 A씨는 K씨의 부모님을 욕하는 것도 모자라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성적인 표현까지도 마구 쏟아냈다. 

K씨는 “게임을 잘 못하는 것이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너무 심한 욕설을 들어 다시는 게임을 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이 크다”며 “욕설이 담긴 화면을 캡쳐해 경찰에 A씨를 고소할 예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학생 H씨(24·여)도 선후배들이 함께하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창에서 일부 선배들의 욕설과 성희롱적 발언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업 과제물이나 자료 등을 공유해야 하는 탓에, 채팅방을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H씨는 “하지 말라고 얘기도 해봤지만 오히려 나무라며 화를 내기까지 했다”며 “카톡방의 욕설을 보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SNS나 인터넷상에서 만연한 욕설 등 상대에 대한 비방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이 증가하면서 얼굴을 맞대는 현실이 아닌 인터넷상에서도 언어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대법원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무식이 하늘을 찌르네. 눈 장식품인가?”라며 상대를 비방한 50대에게 모욕죄로 벌금 100만 원의 처벌을 내린 바 있어 인터넷 언어예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전국 20대~70대 5천명을 대상으로 한 ‘2015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4.4%가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대는 64.5%가 비속어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이들 20대들은 ‘기분이 나쁘다’, ‘습관이다’라는 사소한 이유들로 비속어를 사용하고 있어 인터넷 언어예절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선플운동본부 관계자는 “인터넷 이용자들은 얼굴을 맞대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설과 비속어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초등학교 때부터 교육을 통해 인터넷 언어예절을 지키지 않는 것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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