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은 22일 정국의 핫이슈로 떠오른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모금과 특혜 의혹을 놓고 날카로운 공방전을 펼쳤다.
야권은 대기업들이 재단에 기부금을 내는 과정에서 청와대 고위 인사가 개입한 게 아니냐는 ‘강제모금 의혹’과 ‘정권 실세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맹공을 퍼붓고 나섰으며, 반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는 폭로성 발언”이라고 강하게 반박하면서 정치권이 대혼돈에 빠졌다.
이날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인천 계양을)은 황교안 국무총리를 상대로 두 재단의 설립 배경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송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련 사안을 보고 받았나, 문제가 없다는 부처의 보고만 믿으면 되겠나”라면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관련사실을 보고 받은 적 없다는 황 총리를 ‘기름장어’에 빗대어 비판, 한동안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언주 의원(광명을)은 노동개혁과 관련한 정부와 대기업간 모종의 거래 속에 두 재단이 설립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두 재단의 비정상적인 모금이 노동개혁과 규제완화의 대가였다고 생각한다”며 “정경유착의 산물이다”고 질타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두 재단에 대해 ‘권력이 창조한 어둠의 경제’라고 규정했다. 그는 “창조경제 전도사들과 대통령 측근들이 가짜 정관과 가짜 회의록으로 허위 회의를 열고 정부가 하루 만에 허가해주고 대기업이 두 달도 안돼 800억원을 모아줬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특정이념 편향인사와 측근들의 결탁으로 복마전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의 이같은 주장에 황 총리는 “재단 설립이 빨리 됐다는 게 불법은 아니다”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발적으로 재단 설립을 추진했고, 전경련이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사전에 설명을 충분히 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설립 허가를 낸 것으로 보고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도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국감 시기마다 연례적으로 나타나는 허위 의혹제기로 보인다”며 “전경련이 자발적인 모금이라고 해명했는데도 야당에선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갖고 정치공세를 한다”고 역공을 했다.
이같은 여야간 공방 속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두 재단의 설립과 기부금 모금 과정에서의 특혜의혹을 둘러싸고 대치를 벌여 증인채택이 이뤄지지 못한 채 회의가 취소됐다.
야당이 두 재단과 관련한 의혹을 일제히 제기하고 있는 것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이 ‘비방’과 ‘폭로성 발언’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야권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비선실세를 주장하는 등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어 이같은 의혹 제기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해인·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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