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바람 벗삼아… 정조 효심 어린 성곽 한바퀴 ‘수원 화성’

혜경궁 홍씨 진찬연 펼쳤던 행궁 둘러보고
화성열차 타고 간 동장대에선 활쏘기 체험
보물로 지정된 장안문, 옛 모습 그대로 간직
화홍문·방화수류정은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

제목 없음-1 사본.jpg
높고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산책하기 좋은 9월이다. 

수원에서 요즘 가장 걷기 좋은 곳은 수원 화성(水原 華城)이다. 성곽을 따라 이어진 길이 운치 있고, 옛 성벽과 도심의 빌딩이 어우러진 경치도 볼 만하다. 

수원 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우리나라 건축 역사에서 독보적인 건축물로 꼽히며, ‘성곽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빼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2016년은 ‘수원 화성 방문의 해’로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이 더욱 다양하다.

■ 정조의 효심이 낳은 ‘성곽의 꽃’

수원 화성은 정조의 지극한 효심이 탄생시킨 계획도시다.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무덤은 처음에 일반인과 같이 ‘묘’에 불과했다. 정조가 즉위한 뒤 아버지 사도세자의 복권을 위해 묘에서 ‘원’으로, 마침내 ‘능’으로 승격했다.

조선 땅에서 가장 좋은 자리로 알려진 융릉(사도세자의 능) 자리에는 수원부가 있어 많은 백성들이 살았다. 정조는 수원부와 마을을 통째로 옮길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 집을 짓고 이사할 비용까지 챙겨주었다. 이전한 곳에 성벽을 쌓은 게 수원 화성이다.

 

제목 없음-2 사본.JPG
▲ 무예24기 공연
수원 화성은 실학자 정약용이 설계하고, 채제공이 축성 책임을 맡았다. 1794년에 착공해 1796년에 완공했다. 둘레 약 5.7㎞, 성벽 높이 4~6m에 땅속 깊이 1m로 기초를 다졌다. 동서남북에 놓인 창룡문·화서문·팔달문·장안문, 군사를 지휘하는 서장대와 동장대, 5개 포루, 봉돈, 치(치성), 공심돈, 수문, 각루, 노대, 적대, 암문 등 성벽과 모든 건물까지 불과 2년 9개월에 완공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정조는 아버지의 묘를 옮긴 뒤 해마다 화성을 방문했다. 주로 수행 비서 몇 명을 대동하고 조용히 다녀갔는데, 1795년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큰 행차를 했다. 화려한 행렬과 함께 이틀에 걸쳐 화성으로 이동한 뒤 행궁 봉수당에서 어머니 진찬연을 열었다. 다음 날은 고을 사람들을 불러 양로연을 베풀고 과거를 치르는 등 화성에서 나흘 동안 머물고, 다시 이틀에 걸쳐 한양으로 돌아가느라 8일이 걸렸다.

 

■ 성곽을 따라 떠나는 화성 여행

수원 화성 여행의 첫걸음은 화성행궁에서 시작한다. 행궁을 둘러본 뒤 화성열차를 타고 동장대(연무대)로 이동한다. 행궁은 왕이 전란을 피해 잠시 머물거나 나들이할 때 묵는 임시 궁궐인데, 화성행궁은 화성을 정기적으로 방문한 정조를 위해 지은 궁궐이다.

 

수원 화성의 정문인 장안문은 4대문 중 북문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남문을 정문으로 삼는데, 정조가 한양에서 올 때 북문에 먼저 닿아 장안문이 정문이 됐다. 문 밖으로 항아리처럼 둥글게 옹성을 쌓아 견고함을 더했다. 

제목 없음-3 사본.jpg
▲ 방화수류정과 용연
장안문에서 서쪽으로 가면 화서문을 지나 팔달산 정상에 세운 서장대에 이르고, 동쪽으로 가면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을 지나 동문인 창룡문에 닿는다. 남문인 팔달문 밖에는 팔달문시장, 수원영동시장, 지동시장 등이 발달했다. 이중 팔달문시장은 정조가 팔도의 장꾼을 불러들여 만든 시장이라 특별하다.

 

장안문은 크고 위엄이 있고, 화서문은 전쟁을 겪고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서 보물로 지정됐다. 방화수류정과 화홍문은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고, 동장대 앞에서는 활쏘기 체험이 가능하다. 전쟁으로 부서지고 도시화로 훼손되기도 했지만, 수원 화성은 지금도 시민들이 일상에서 늘 함께하는 곳이다. 여름에는 저녁 산책이 좋고, 봄가을로 화창한 날에는 멋진 피크닉 장소가 된다.

 

제목 없음-4 사본.jpg
▲ 아버지에 대한 효심으로 화성을 축조한 정조 임금
■ 무예 시연 그리고 장용영 수위 의식

화성행궁 정문인 신풍루 앞에서 매일(월요일 제외) 오전 11시에 무예24기 시범 공연이 펼쳐진다. 정조 시대에 완간된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24가지 무술을 무예24기라 한다. 공연 중에는 마상 무예를 제외한 도·검, 창·봉, 맨손 무술 등을 실감 나게 선보인다.

 

4~10월 일요일 오후 2시에는 장용영 수위 의식이 벌어진다. 정조가 창설한 장용영(국왕 호위 전담 부대) 군사들의 수위 의식과 훈련 모습을 되살렸다. 공연 중 정조와 혜경궁 홍씨로 분장한 배우가 객석을 돌며 일일이 악수하고 기념사진을 함께 찍어 관람객의 반응이 좋다.

 

화성행궁과 창룡문 중간쯤 자리한 수원화성박물관은 화성의 우수성을 알리고, 축성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상설 전시를 하는 화성축성실과 화성문화실에서는 축성 과정과 도시의 발전, 축성에 참여한 인물, 8일간 이어진 정조의 행차, 장용영의 모습 등을 이해하기 쉽게 전시한다. 

조성필기자

자료ㆍ사진=한국관광공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