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받은 만큼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농사꾼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땅을 팔아 얻은 1천만 원을 수원시의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쾌척한 80대 농부가 있다. 바로 용영노 할아버지(85)가 그 주인공이다.
용 옹은 나이가 들며 더 이상 농사를 짓기가 힘에 부치자 이달 초 화성시 병점동의 땅 일부를 처분했고, 곧바로 수원사랑장학재단을 찾아 땅을 팔아 얻게 된 1천만 원을 기부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굴곡의 시대를 거쳤고, 가난한 8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나 국민학교를 끝으로 학업을 마쳐야 했던 용 옹은 ‘나처럼 가난을 이유로 배우지 못하는 학생들이 없길 바란다’고 전하며 기부의 뜻을 밝혔다.
용 옹이 인생의 반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함께한 자식과도 같은 땅을 판 돈을 기부한 까닭은 과거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되돌려주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50여년 전 용 옹은 하루 세 끼니는커녕 제대로 밥을 챙겨 먹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 어떻게 하면 배를 곪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당시 수원시에서 곡식을 대여해줬고, 이는 그의 삶을 변하게 만들었다.
수원시로부터 받은 곡식을 심기 위해 용 옹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조그만 땅을 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용 옹은 부유한 농사꾼은 아니지만 성실한 농사꾼으로 살아가며 가정을 꾸려나갔고, 자식들도 번듯하게 키울 수 있었다.
또 어려울 때마다 당시 의류사업을 진행하던 우봉제씨(현 수원사랑장학재단 이사장)로부터 천을 받아 옷을 만들어 입기도 하는 등 하면서 팍팍한 세상 속의 한 줄기 빛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가슴 속 깊이 새겨둔 용옹은 이제는 자신이 보답할 때라고 생각, 매년 농산물 기부 봉사를 실천한 데 이어 이번에는 1천만 원 기부까지 나선 것이다.
용 옹은 “수십년 전 수원시에서 준 작은 도움이 오늘날의 나와 가족을 있게 할 정도로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나도 여유가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받았던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어 행복하며 기부문화가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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