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고객 대응 프로그램인 챗봇(chat-bot)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용 절감ㆍ고객과의 관계 개선 등의 효과가 기대되지만, 보안에 취약할 우려가 있어 금융권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챗봇 기능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과 채팅하듯 상담하는 프로그램이다. 고객이 질문이나 명령을 하면 수집된 고객 정보를 활용해 알맞은 답을 제공한다. 지난 22일 신한은행이 챗봇 서비스를 준비하며 인공지능 기술 보유 업체를 모집한 가운데 기업은행과 우리은행도 내부적으로 인공지능팀을 신설하는 등 내년도에 챗봇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논의를 한창 진행 중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서비스 개발에 분주히 움직이는 이유는 챗봇을 활용하면 상담원 인력 없이 24시간 고객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서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챗봇이 소비자와 기업을 잇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인공지능 기반의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통해 금융산업의 큰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챗봇의 이러한 잠재력에도 보안 취약점 등이 우려돼 서비스 개발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의 챗봇 기능이 고객의 정보를 수집하면서 운영되고, 외부 기술 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보안원 관계자는 “금융 챗봇을 위장한 악성 챗봇이 등장한다면 고객은 꼼짝없이 비밀번호 등을 내주는 피싱 범죄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면서 “은행권은 챗봇 서비스 운영을 위해 금융거래 정보를 핀테크 기업에 제공할 때 보안사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가 우려하는 고객 신상 등 1차 개인정보는 챗봇에서 다루지 않을 예정”이라면서도 “아직 챗봇 관련 보안기술이 부족한 점을 내부적으로도 인정하기 때문에 초기 1~2년 동안 시범 사업 등을 통해 보완 대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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