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틀째 반쪽 국감...김영우 새누리 국감 거부에 '반기'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일방적인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발해 새누리당이 국정감사 이틀째인 27일에도 일정을 거부하면서 반쪽짜리 국감이 이어졌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의 단식 투쟁이 이틀째를 맞은 가운데,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포천·가평)이 오전 국감에 임하겠다고 전격 선언해 당 지도부와 동료 의원들이 강력 제지에 나서는 등 어수선한 모습도 연출했다.

 

■반쪽 국감 = 이날 국회는 13개 상임위의 국감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회의가 열린 곳은 7개(교문·외통·산업·농해·복지·환노·국토위)에 그쳤다. 새누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6개(법사·정무·기재·미방·국방·안행위)는 아예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만 참석해 진행된 교문위 국감에서는 최근 불거진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맹공이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고양병)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총 수입 내역과 지출내역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해당 의혹과 관련한 자료의 신속한 제출을 촉구했다.

 

같은당 신동근 의원(인천 서을)도 “미르재단이 설립허가를 받은 것이 지난해 10월26일인데 기업들의 기부금 납부가 모두 당일 오전 9시께에 몰려있다”며 “마치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 같다. 이게 자발적 모금이냐”라고 정권실세 개입 의혹에 따져 물었다.

 

■김영우 ‘반기’ =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국감 전면 거부를 선언한 새누리당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오전 당 소속 국방위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오늘 오후부터 국정감사에 임하기로 했다”며 “제 양심과 소신이 시키는 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것은 저의 소영웅주의가 아니다. 그저 기본을 지키고자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위협이 더 한층 가중되고 있는 상태에서 국방위의 국정감사마저 늦추거나 하지 않는다면 이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 동료 의원들은 번갈아가며 국방위원장실을 찾아가 오후 개의 예정인 국방위 국감에 나가지 말라고 김 의원을 설득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국방위원들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지금 국방위원장실에 갇혀있다”면서 “안타깝다. 이래선 안 된다.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의회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서청원(화성갑)·원유철 의원(평택갑) 등 다른 중진 의원들도 김 위원장에 전화를 걸어 설득했다. 결국 이날 예정된 국방위 국감은 무산됐다. 하지만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방위원회는 전쟁이 나더라도 열려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면서 “동료의원들의 물리력 때문에 밖으로 나올 수 없었지만 사회권을 피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국감을 진행할 것임을 거듭 피력했다.

 

일부 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정세균 국회의장보다 낫다”며 소신을 높게 평가한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어제 당 대표가 단식을 시작했는데 하룻만에 김 위원장이 그러면 안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주장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정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이렇게 하면 쇼로 봤지만 제가 하는 것은 쇼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특히 “야당은 국회와 의회주의를 파괴하고 다수당의 횡포를 칼춤 추듯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누가 다수당이고 국회의장이냐에 따라 자의적으로 적용되고 운영되는 고무줄 국회법을 방치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김재민·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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