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지하철 노조가 연대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화물열차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파업 장기화를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영세 업체들은 파업 첫날부터 화물 운임비용이 증가해 피해를 입는 등 물류대란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27일 오전 11시께 의왕시 이동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이하 의왕ICD)는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18개 물류업체가 입주해 있는 이곳은 일 평균 물동량이 5천300TEU(1TED는 2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에 이를 정도로 화물열차의 운행이 잦았으나 화물전용취급역인 오봉역의 철로는 파업 여파로 텅 비어있었다. 또 화물열차 운행은 70회에서 32회로 절반 이상 줄어든 상태였다.
상황이 이렇자 업체들은 화물을 사전수송 하거나 수출일정을 조정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규모가 영세한 업체들은 절박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용차업체(화물차 대여업체)의 화물 운임비용이 파업 첫날을 맞아 20%(40만 원→50만 원) 증가해서다. 철도운송 비율이 80%가 넘는다는 A사 관계자는 “우리 같은 규모가 작은 업체들에게 철도노조 파업은 직격탄”이라면서 “파업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른 업체 B사 관계자는 “철도운송 비율이 낮고 회사 소유 화물차량이 여유가 있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면서도 “파업이 장기화되면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도내 시멘트업체도 운송 차질로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 시멘트업체 A사는 대용량을 철도로 운송해 각 지역거점으로 보낸다. 이후 최종 소비지로 향하는 시멘트의 유통구조상 철도 파업은 해당 업체에게 치명적이다. A업체는 파업 소식을 듣고 미리 재고분을 확보해 놨지만 불안함은 여전하다. A사 관계자는 “통상 시멘트 생산량의 50~60%를 철도로 운송하는데 파업이 장기화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 “아파트 공사 현장 등에 투입될 재고물량도 일주일 남짓 지나면 소진될 것으로 예상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의왕ICD 관계자는 “파업 첫날이라 아직 화물운송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았다”면서도 “파업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병돈·구윤모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