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담당형사 자택서 숨진 채 발견…警 “증인 참석한 뒤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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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연합뉴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담당형사인 A경위가 28일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재심 담당 박모 변호사가 “故 A경위가 재심 3차 공판에서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28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0시50분께 A경위(44)가 자택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故 A경위는 전날 밤 동료들와 술을 마시고 귀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임시 보관함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을 담은 유서를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故 A경위는 지난달 경찰의 강압·부실 수사 의혹으로 광주고법에서 재심이 진행 중인 이른바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故 A경위는 지난달 25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재심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 수사과정에서 폭행이나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논란이 됐던 ‘여관 조사’ 등에 대해 인정했다.

이날 공판에는 경찰 2명이 증인으로 법정에 섰는데 故 A경위는 ‘모르쇠’로 일관한 다른 경찰과 달리 수사과정에서 일부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시인했다.

사건이 난 지난 2010년 진범으로 지목됐던 최모씨(32·당시 16세)는 발생 사흘 뒤인 지난달 13일 익산역에서 경찰의 임의동행으로 인근 여관으로 끌려갔다.

故 A경위는 이날 재판에서 최씨를 여관으로 데려간 사실이 있느냐는 변호사의 질문에 “여관으로 데려갔다 새벽에 경찰서로 데려갔다”며 불법 수사를 인정했다.

박 변호사는 “지금까지 진범으로 몰린 최씨가 여관에서 구타당하며 조사를 받았다는 증언을 했지만 이를 정확하게 인정하는 경찰은 없었고, 사실상 이를 경찰 측이 부인한다고 해서 입증할 방법도 없었다. 고인인 A경위는 이날 재판 때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광주고법은 故 A경위가 이미 공개 재판에서 증언을 마쳤기 때문에 원래 계획대로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20일 열리고, 선고 공판은 오는 11월 중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행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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