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교문화의 산실 파주’ 기호유학 학술회의] ”연구·교육 플랫폼 조성해야”

 

기호유학(畿湖儒學)의 창시자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 구봉 송익필 등을 배출한 파주시를 우리나라 유학의 본거지로서 집중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관련 문제 지적과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이 쏟아졌다. ‘한국 유교문화의 산실 파주’를 주제로 28일 오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다. 이번 학술대회는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설원기)과 파주시(시장 이재홍)가 공동주최하고, 경기일보가 후원했다. 이와 관련 경기문화재단 윤여빈 경기학센터장은 “기호유학은 현대인이 앓고 있는 각종 문제들에 대안을 제시하는 학문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기호유학의 주요 거점 도시인 파주시와 경기도의 연구기관인 경기학센터가 단초를 제공하고 활용 방안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뒀다”고 개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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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한국 유교문화의 산실 파주’ 기호유학 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전형민기자

◇“기호유학의 창시자 율곡 이이는 실학 사상의 뿌리”

“일반적으로 조선 500년을 대표하는 유학자는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다. 그러나 근래 이황의 제자들이 건립한 안동의 도산서원은 세계적 명소가 되고 파주시에 있는 자운서원은 위치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실정이다. 조선에서 가장 가치있는 학문으로 대접받는 실학의 뿌리가 된 율곡 이이를 비롯해 훌륭한 유학자들을 배출한 파주시가 지금 이 지경인 것을 반성해야 한다.”

 

이날 기조발제에 나선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은 따끔한 질책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발표문 <율곡의 학문과 다산의 실학사상>을 통해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의 뿌리가 십만양병설을 주장했던 율곡 이이, 개혁을 강조한 반계 유형원, 실학의 종장 성호 이익 순으로 생성됐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실학자들의 개혁 대상은 율곡의 경장 대상과 거의 일치하고 있음을 다양한 기록이 입증한다”면서 “반계, 성호, 다산의 실학사상의 학맥은 변경할 수 없는 명확한 체계로 퇴계 발원설은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패하고 윤리가 무너진 시대에 유학자들의 사상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방문화대학원 최정준 교수도 <한국전통문화에 내재된 유학의 원리와 현대적 가치>를 발표하면서 이 시대에 필요한 학문이야말로 유학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훈민정음과 태극기 등 유학의 원리가 있는 전통문화유산을 토대로 유학에 대해 설명했다.

 

최 교수는 “현대사회 과제는 다문화, 생태파괴, 사회경제, 고령화 세대의 효, 종교, 교육, 전통문화와 예술과의 관계, 리더십, 분단 등이 있다”면서 “현대사회 각 문제들에 대안을 제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상이 유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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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과 지역에 매몰되지 않는 사상 연구 및 전략 수립해야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기호유학의 본거지로서의 파주시를 조명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나왔다.

 

주제발표 <기호유학과 파주>에 나선 김준혁 교수는 경기 지역 기호유학의 특성을 개방성과 실용성으로 꼽고 이를 차별화 전략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파주시에 대해 “삼국시대부터 중국과 교통하며 개방성이 두드러지는 지역으로 조선시대 새로운 실학과 개방성, 소통성 등이 구현된 도시”로 평가했다. 이어 “파주 지역의 사상적 연구 및 평가, 경기 유학의 특성 발현 방안, 현대적 계승 발전 방안 등을 지속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경기 실학의 연원이 율곡에게 있음은 분명하다”고 동조하며, “기호유학에서도 파주를 중심으로 한 경기도만의 가치를 확인하고 고유 특성을 내세운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기도와 파주시의 기호유학 브랜드화 작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대동양문화연구소 박성진 소장은 “경기도와 파주시가 기호유학의 중심지는 분명하지만 다른 광역지자체가 수조, 수천, 수백억원의 국비를 투입해 유교문화를 선점한 가운데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 대안으로 “기호유학의 중심지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영역과 범위를 넓혀 수도권을 포괄해 실천학문의 용광로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또 “안동에서만 1조원 예산의 유교문화권 단일 공사가 진행중인데 경기도는 고작 몇백만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하며 “파주시를 사상의 ‘오픈 플랫폼’으로 설정하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파주출판도시처럼 연구와 교육을 위한 수련원, 연구기관, 국제회의가 가능한 호의장, 휴게시설 등을 포함한 플랫폼을 조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통일시대를 앞둔 지금 DMZ를 끼고 있는 파주시가 개성공단처럼 학자들이 오고가는 개방형 도시로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필수 실행 조건으로는 율곡에 대한 성역화를 꼽았다.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안도 제시됐다. <파주 기호유교자원의 문화콘텐츠화를 위한 OMUS 체계 구상>을 발표한 한양대학교 김진형 박사후연구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파주 기호유교문화권 원천소스를 ‘기호유교문화’로 선정했다. 또 지역과의 친연성, 사상적 모범성, 국가적 위대성 등을 고려해 이이, 성혼, 송익필을 선정했다. 이를 토대로 지자체와 민간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스토리텔링 체험 루트와 문화관광스토리텔러를 운영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김 연구원은 “파주시는 산업과 문화의 공동 발전을 지향하므로 이 같은 기반을 최대한 강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종합토론은 성균관대학교 김시업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발표자 전원과 조준호 실학박물관 책임연구원, 최주희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 이난숙 강원한국학연구원 교수, 안효성 철학문화연구소 연구원이 1시간 동안 치열하게 진행됐다.

 

이날 이재홍 파주시장은 개회사를 통해 “안동 유교 문화권에서 많은 노력을 하는 가운데 경기도와 파주시는 왜 기호유학권 하나 못만들었는지 통탄스럽고 반성한다”면서 “앞으로 매년 기호유학에서 현재를 사는 파주시민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무엇을 배우고 전하고 본받으며 계승 발전할 지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류설아ㆍ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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