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임 ‘페르소나 5’가 있다. 이 게임은 아틀러스사가 개발한 게임 시리즈 신판이다. 현대 일본 거리가 배경이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체험한다. 불가사의한 소문이나 도시 전설과 같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일종의 역할수행 게임(RPG-Role Playing Game)이다. 기존 시리즈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게임 유통사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이 신판을 내년부터 한국에서 발매하기로 했다.
문제는 내용이다. 게임 곳곳에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가 등장한다. 욱일기(旭日旗)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깃발이다. 우리에겐 일제 수탈의 상징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위안부 피해자를 조롱하는 부분도 있다. ‘사죄와 변상을 요구한다’는 문구다. 일본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위안부를 비하할 때 자주 쓰는 문구다. 이걸 우연으로 봐야 하는가. 아니다. 욱일기, 위안부 조롱 모두 군국주의적 정서의 고의적 투영으로 봐야 한다.
우리로서는 용인할 수 없는 게임이다. 그런데 발매가 결정됐다. 일차적 원인은 허술한 외국 게임 국내 발매 승인 절차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게임의 이용연령만 분류하고 출시를 허가한다. ‘성인용’이냐 아니냐만 따지는 셈이다. 국민 정서는 애초부터 검토 대상에 들어 있지 않다. 심지어 ‘페르소나 5’를 ‘전체 이용가’로 승인했다. 욱일기와 위안부 조롱 문구가 넘실대는 게임, 그 속에 빠져들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이 상상만으로도 섬뜩하다.
우리는 일본 문화에 대해 무조건 반대를 주장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일본 문화가 흡수돼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노래방이다. 1991년 4월 부산 동아대 앞 로얄전자오락실에 처음 등장한 이래 25년이 됐다. 일본 노래방 가라오케를 그대로 본뜬 영업 형태다. 노래방은 이제 일본보다 더 한국적인 문화가 됐다. 노래방을 ‘일본 문화’라고 분류하는 것 자체가 촌스러워졌다. 한국과 일본 간의 상호 문화 침투력이 그만큼 강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페르소나 5’는 다르다. ‘페르소나 5’가 노래방처럼 흡수된다고 가정하자. 청소년들이 욱일기에 익숙해지고, 위안부 조롱에 익숙해진다고 가정하자. 큰일 날 소리 아닌가.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
가수 이승철씨가 독도에서 뮤직 비디오를 찍었다. 이후 일본이 공항에서 이씨를 쫓아냈다. 일본 정부가 밝힌 이유는 이씨의 마약 전과였다. 하지만, 이씨는 이전에도 십수 차례나 일본을 오갔다. 한 마디로 억지다. 진짜 이유는 일본인의 정서였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욱일기가 휘날리고, 위안부를 조롱하는 게임을 ‘팔아도 좋다’며 승인했다. ‘전 연령대가 즐겨도 좋다’며 후한 등급까지 매겨줬다. 도대체가 정신없는 짓 아닌가. 복장 터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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