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각지대 파고들어 ‘한방진료’ 건강을 달인다
전염병 환자를 격리 치료하던 동서활인서는 역병이 발생하지 않은 시기에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돕는 사회복지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서민 진료를 맡은 왕립병원인 혜민서 역시, 한의를 기반으로 한 의료봉사정신이 빛나는 기관으로 기록돼 있다.
경기도 한의사들은 수 년 전부터 이 같은 정신을 잇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치료와 예방을 목적으로 ‘찾아가는 한의사’를 자처한 경기도한의사회(회장 박광은)의 공공사업을 들여다 봤다.
■ 의료 사각지대를 파고들다
경기도한의사회는 경기도내 32개 분회에 총 3천501명의 한의사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도한의사회는 ‘국민 보건의료 향상과 사회복지 증진 기여’를 설립 목적으로 내세운 동시에, 주요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한방무료진료봉사와 학교 한의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도한의사회는 지난 2014년부터 의료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도내 농어촌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방진료와 건강강좌 등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도한의사회 회원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무료 진료 봉사단을 구성했다.
의료기관이 부족하고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을 선정해 찾아갔다. 각 무료진료봉사에는 회원 한의사 30~50명이 참여했다. 최근까지 이천시와 평택시, 화성시 등에 위치한 10여 개 마을에서 1천여 명의 주민이 혜택을 입었다.
도한의사회는 또 ‘허준봉사단’을 꾸려 도내 20여 개 지역의 의료취약기관(계층)을 선정하고 주 2회에서 월 1회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무료 진료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도내 한의사들은 학교도 찾아가고 있다. 「학교보건법」에 따라 한의사도 ‘학교의사’로서 학교보건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성남시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학교 한의사를 희망하는 20개교에 한의사 21명이 파견 근무 중이다. 청소년 건강 상태 분석과 예방 활동에 주안점을 두고 설문조사와 가정통신문을 통한 학부모 안내 등의 세부사업을 선행 또는 병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학교 한의사에 대한 만족도는 학생과 교사 모두 높다.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는 98%가 만족하고, 93%가 한의사의 지속 근무를 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 역시 응답자의 83%가 만족, 92%가 지속 근무를 원했다. 만족 이유로는 ‘평소 건강 상태 파악 가능(48.7%)’과 ‘당장 아픈 증상 치료 가능(41.9%)’을 꼽았다.
조선시대 대표적 의료기관으로 ‘동서활인서’(東西活人署)와 ‘혜민서’(惠民署)가 있다. 전염병 환자를 격리 치료하던 동서활인서는 역병이 발생하지 않은 시기에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돕는 사회복지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서민 진료를 맡은 왕립병원인 활인서 역시, 한의를 기반으로 한 의료봉사정신이 빛나는 기관으로 기록돼 있다.
경기도 한의사들은 수 년 전부터 이 같은 정신을 잇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치료와 예방을 목적으로 ‘찾아가는 한의사’를 자처한 경기도한의사회(회장 박광은)의 공공사업을 들여다 봤다.
그러나 해당 사업의 경우 예산 지원이 없어 성남시한의사회 예산과 참여 한의사가 개별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한의사회가 찾아가는 한의사와 학교 한의사 등을 통해 한의의 효과를 입증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등의 문제로 여전히 한의 대중화는 멀어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양의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정책적 지원이 한 이유다.
예를 들어 현재 도내 도립병원 중 한의과가 개설된 곳은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이 유일하다. 그마저 단 1명의 한의사가 근무 중이다. 포천, 파주, 이천 등 도의료원 산하 공공병원 대부분은 노인 인구가 많은 의료 소외 지역에 속하는 만큼 한의과 개설 타당성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도가 진행한 도의료원 산하병원 내 한의과 운영 타당성 검토용역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된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도의사회는 지난 4월 <2016 한의계 정책제안서>를 통해 △도립의료원 등 공공병원에 한의과 설치를 주장했다. 동시에 △보건소 한의사 의무직 전환 △난임(불임)치료 지원 △치매 치료 지원 △남북 한의 교류 △학교 한의사 사업 등을 제안했다.
지난 200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불임을 경험한 479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불임진단 전 임신을 위한 한의원 및 한방병원 이용자는 70.6%로 일반 병의원 이용자 58.9%보다 높게 나왔다. 난임을 겪는 사람들이 한방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효과도 유의미하다. 2011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진행한 ‘경기도 난임 한의치료 연구사업’에 따르면 당시 난임 대상자 34명 중 치료 완료한 25명 가운데 자연 임신이 된 사람은 6명으로 24%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부터 한의 난임 치료를 지원하고 있는 수원시에서는 2015년 임신성공률 39.2%를 기록, 난임 한방 치료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요구할 만하다.
이와 관련 박광은 회장은 “앞으로도 앉아서 환자를 기다리는 한의사가 아니라 찾아가는 한의사로 다방면의 의료봉사부터 진료 사업을 기획 수행하며 공적 역할을 담당하겠다”면서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농어촌 주민이나 청소년, 난임 부부, 치매 환자 등에게 골고루 진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추가 예산 학보와 긴밀한 협조가 필수”라고 밝혔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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