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을 갈까 고민하다 인천 지인에게 내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킬 물텀벙이집을 알아봐 달라 했더니 길손물텀벙으로 가보란다. 남구는 물텀벙이 거리가 있을 정도로 물텀벙이 요리로 이름나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직접 가보지 못해 궁금하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 추천해줬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법, 지인을 불러내어 갔다.
숭의로터리를 지나 근처에 차를 세우고 걷다 보니 오래된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주말 행사가 있어 저녁 6시도 안된 시간에 이른 저녁을 먹으러 왔는데, 아니! 웬 사람이 가게 안에 이리 많은지…. 도대체 자리가 빌 틈이 없다. 언제 가더라도 북적인다는 길손물텀벙. 긴 웨이팅은 감수해야 하겠지.
분명 배고플 시간이 아닌데도, 여사장의 볶음밥 냄비가 내 침샘과 배꼽시계를 자극한다. 미닫이 출입문 밖에 비닐 가림막이 쳐 있는데, 미닫이문과 비닐 막 사이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에다가 덜어놓은 아귀찜 양념과 볶음밥 재료들을 뜨거운 불에 연신 볶아대더니 척척 나누어 담아서 손님상으로 가지고 간다. 윤기가 자르르…. 아, 배고프다. 언제쯤 내 차례가 오나….
드디어 앞서 온 팀들이 들어가고 어렵게 착석을 했다. 오랜 세월을 증명하는 벽지와 옛날 학교에서 볼 수나 있었던 테라조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과 함께 했을 오래된 작은 가게 안에 아귀 냄새로 가득 차 있어 더욱 배가 고파온다. 둘러보니 아직 날씨가 춥지 않아서인지 탕보다는 찜을 많이 시켜서 먹고들 있었다. 우리도 아구찜을 시켰는데 기다림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듯했다.
밖에서 웨이팅부터 시작해서 1시간이 넘게 지났던가? 기다렸던 아구찜이 자태를 뽐내며 테이블에 올려졌다. 매콤하고 칼칼해 보이는 양념에 도톰하고 탱글한 아귀살과 꼬들한 내장이 큼지막하게 들어 있었고, 콩나물과 버섯, 그리고 미더덕까지 어우러져 양이 엄청 푸짐했다. 양념은 전분이 많지 않아 퍽퍽함 없이 부드러웠고, 생물 아귀를 사용한지라 쫄깃하면서 부드러운 맛에 자꾸 젓가락질을 한다.
인천의 먹거리 명소 중 하나인 용현동 물텀벙이 거리가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1999년 물텀벙이 거리로 지정한 이후 17여 년간 20여 곳이 넘는 물텀벙이 음식점이 대부분 사라지고 4곳만이 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인천관광공사 사장으로서 인천의 특색음식인 물텀벙이 요리가 오래 사랑받을 수 있게 인천만의 먹거리를 육성하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
황준기 인천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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