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명의 사상자를 낸 울산 고속도로 버스 화재에 이어 화성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잇따르는 등 대형버스 안전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전세버스가 다 낡은 타이어에 소화기와 비상용 망치 등 기본적인 안전기구도 비치돼 있지 않은 등 도로 위 ‘시한폭탄’으로 전락,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오전 11시께 봉담~동탄고속도로 봉담방면 9.3㎞ 지점 서오산 JC 인근에서 O씨(50)의 1t 트럭이 P씨(48)가 몰던 고속버스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버스가 우측 갓길로 밀려 가드레일에 충돌했다. 승객 28명은 한동안 버스 안에 갇혀 있어야만 했고, 출동한 소방이 창문을 깨고 나서야 탈출할 수 있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이 났다면 지난 14일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친 울산 고속도로 버스 참사를 그대로 재연할 뻔했다.
이처럼 버스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도내 관광버스의 안전 관리는 여전히 부실한 상태다.
16일 오후 3시께 수원시 권선구 한 관광버스 업체 차고지에 주차된 버스 2대의 타이어를 살펴보자 이미 마모 선까지 닳아 미끄러운 상태였다. 또 1~5㎝가량의 흠집 수십 개를 비롯해 돌이나 아스팔트 조각 등 이물질이 잔뜩 끼어 있었다.
같은 시각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하행)에 들어온 관광버스 또한 안전 관리가 허술했다. 2시간여 동안 휴게소를 들린 11대의 버스 중 2대의 타이어가 마모선 한계까지 내려와 있었다. 버스 한 대는 위급 시 창문을 깨는 데 사용하는 비상용 망치를 비치하지 않았고, 다른 한 대의 경우 비상용 망치가 버스기사의 모자걸이로 이용됐다. 소화기도 운전석 의자 뒤편에 있어 승객들이 확인하기 매우 어려웠다. 관광버스 운전기사 K씨(48)는 “따로 교육이 없다 보니 대부분 기사가 사고 발생 시 매뉴얼이나 대처 방법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서 “비상 망치나 소화기 등 안전 장비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기사도 드물다”고 귀띔했다.
더 큰 문제는 버스 업체와 기사들의 안전불감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도내 한 버스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자동차 정기 검사를 받을 때만 다른 차에서 안전 장비를 빼오거나 아예 구비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면서 “의무가 아니어서 승객에게 비상 시 행동요령이나 비상용 망치 위치 등을 안내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이를 반영하듯 경기도가 3~6월 행락철 맞이 버스안전 종합점검을 실시한 결과, 1천529건의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1천56건(69%)은 안전벨트 불량, 소화기 미비치, 운행 전 안전점검 미실시 등 가장 기본이 되는 ‘안전 운행’ 분야였다. 기본적인 장비조차 구비되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형버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현 버스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성령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버스 회사와 기사들의 안전의식 부족부터 무리한 운행 등 버스사고의 원인과 유형은 천차만별”이라면서 “안전점검부터 운행까지 대대적인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사고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고속도로에서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버스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버스 내 탑승객 대상 안전 안내 의무화 등을 담은 ‘전세버스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ㆍ시행한다고 밝혔다.
이관주ㆍ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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