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밥 딜런’ 언어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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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인생의 길을 걸은 후에야/우리들은 그를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가/하얀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를 날아간 뒤에야/백사장에서 편히 잠들 수 있을까/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포탄이 날아간 후에야/그것들이 영원히 사용이 금지될 수 있을까- 밥 딜런의 노래 ‘Blowin’ In The Wind’다. 통기타 한 대를 연주하며 끝까지 부른다. 기타 초보자도 칠 수 있는 코드 진행이다. 멜로디 또한 지루할 정도로 반복적이다. ▶그런데도 60년대 세계를 강타했다. 이 간단하지만 끊어낼 수 없는 호소력은 어디서 나오나. 말할 것도 없이 가사다. 1960년대 미국 젊은이들에게 그의 노랫말은 정신적 해방구였다. 1973년 발표된 ‘Knockin’ on Heaven’s Door’의 노랫말도 그렇다. -엄마, 내 총들을 바닥에 놓아주세요/난 이제 더 이상 그것들을 쏠 수 없거든요/검은 구름이 넓게 퍼져 다가오고 있네요/마치 천국의 문을 노크하고 있는 것 같아요/똑똑 노크해요 천국의 문을/- ▶문학이라 하기에는 지나치게 직접적이다. 총(gun), 포탄(cannonball) 등의 단어들을 돌리지 않고 그대로 말한다. 시어(詩語)라는 기본적 평가에서 이견이 나온다. 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미국 음악전문매체인 빌보드가 평을 냈다. “정말 밥 딜런이 시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멜로디를 제외한 채 그의 가사를 살펴보면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발견된다. 다시 한 번 해석해볼 여지가 있다”. 이쯤 되면 문학계에서의 평은 들을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의 노랫말이 준 감동은 어느 시어보다 컸다. 한국으로 건너와 60, 70년대 통기타 1세대를 만들었다. 김민기, 서유석 등의 음악이 밥 딜런의 정서를 그대로 따랐다. 불멸의 통기타 가수 고(故) 김광석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당신 집 수탁이 새벽에 울거든/창문 밖을 봐, 그리고 난 떠났을 거야/ 당신은 내가 여행을 계속하는 그 이유지/하지만 두 번 생각하지 마, 그래도 괜찮아/’ 밥 딜런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김광석이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라고 번안해 부른 노래다. ▶문학은 문학으로 보고, 예술은 예술로 봐야 한다고들 한다. 그러면 노랫말도 노랫말로 보는 것이 옳다. 밥 딜런 노래에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랫말이 있다. 그는 그 언어로 어느 문학가 못지않은 반전(反戰)ㆍ평화(平和)의 메시지를 표현했다. 그의 노래 ‘Blowin’ In The Wind’를 가수 서유석이 이렇게 번안했다. -학교 앞에 책방은 하나요 대폿집은 열이요/이것이 우리 대학가래요/학교 앞에 책방은 하나요 양장점은 열이요/이거 정말 되겠습니까/(제목 파란 많은 인생). 영 어색하지 않나.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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