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알터에고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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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니쉬 걸(The Danish Girl)’은 1920년대 전 세계를 흔든 ‘릴리 엘베’의 특별한 일대기를 그렸다.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얻기위해 자아를 찾아 나선 ‘릴리 엘베’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1926년 덴마크 코펜하겐, 풍경화가로 명성을 누리던 에이나르 베게너는 아내인 초상화가 게르다와 예술적 영감을 주는 파트너다. 어느날 게르다는 발레리나 모델이 자리를 비우는 일이 생기자 남편 에이나르에게 대역을 부탁한다. 에이나르는 아내의 요청에 드레스를 걸치고 스타킹을 신고 캔버스 앞에 선다. 순간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맛보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자신의 다른 모습에 혼란스러워 한다.

 

결국 에이나르는 진정한 ‘릴리 엘베’가 되기위해 성전환 수술을 감행한다. 아내는 남편의 선택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에이나르는 5번에 걸친 성전환 수술을 받았으나 후유증으로 사망한다. 이처럼 어떤 이는 자아찾기에 목숨도 건다. 자신안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된 에이나르의 위험을 무릅쓴 진정한 자아찾기, 그것은 고통이라기보다 행복이었다.

 

누구나 자기 안에 ‘또 다른 나’가 있다. 그게 어떤 모습이든. 나는 일관성이 있다고, ‘오직 하나’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하나가 아니다. ‘오래된 나’는 때로 지루하고 재미없다. 익숙하고 편안해서 그것을 강화하려 하고, 그래서 그것이 ‘진정한 나’라고 착각하지만 오래된 나로부터 탈출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나를 생경하게 바라보기, 멀찌감치서 관찰하기 또는 적극적으로 탐색하기를 해야 한다.

 

수원 해움미술관이 지난해에 이어 ‘알터에고(Alter Ego)’전을 기획했다. 전시는 또 다른 자아, 혹은 제2의 자아로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성찰적 의미를 지닌다. 알터에고는 끊임없이 창작하는 예술인에게 중요한 요소로, 미술관측은 ‘새로울 것, 신기할 것, 궁금할 것, 충격적일 것’ 등을 작가에게 요구했다. 

올해 전시엔 김희곤, 서길호, 초이, 최세경, 최옥경 등이 참여해 26일까지 한다. 작가들은 오랫동안 내 안에 머문 ‘오래된 나’ ‘구태한 나’ ‘진부한 나’를 벗고, ‘새로운 나’ ‘낯선 나’ ‘실험적인 나’를 탐구한 창작물을 내보였다.

 

이 가을, ‘나의 알터에고는?’을 자문하며 전시장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보며 또 다른 나를 찾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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