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 위원회’가 개혁안을 마련했다. 불체포 특권 폐지 방안으로는 본회의 표결 의무화를 택했다. 세비의 투명한 관리를 위해 국회의원 보수산정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정치자금 모금 통로였던 출판기념회의 금품 모금을 금지했다. 4촌 이내 친ㆍ인척의 보좌진 채용도 불허키로 했다. 입법ㆍ특별활동비를 수당에 통합하기로 했다. 의원 배치를 없애기로 했다. 이 안은 국회 운영위원회를 거쳐 입법화 과정을 밟게 된다.
이런저런 내용이 잔뜩 들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민 요구에 한참 못 미친다. 의원 배지 폐지는 개혁 축에도 못 드는 쇼다. 출판 기념회 모금은 이미 실행되고 있는 내용을 법제화하는 데 불과하다. 친ㆍ인척의 보좌진 채용 불허도 올 초 홍역을 치르면서 사실상 없어진 관행이다. 보수산정 위원회라는 게 국회의원의 세비 관리를 강제할 것이라는 어떤 확신도 없다. 대부분이 형식적 안이거나 이미 자리하고 있는 안에 불과하다.
핵심 개혁안은 빠져 버렸다. 유권자를 우롱하고 행정 체계를 마비시키는 선거구 획정권 독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손도 대지 않았다. 국민적 원성이 컸던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도 빼버렸다. ‘다양한 공론 과정을 거치겠다’(게리맨더링 개혁)거나 ‘다양한 정치 활동에 대한 논란이 있다’(무노동 무임금 적용)는 애매한 꼬리표를 달았다. 사실상 배제했으면서 여론의 눈치를 살펴 괜한 주석을 달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할 부분은 있다. 모처럼 마련된 정치 개혁안이다. 선거만 끝나면 잊혀지던 과거의 예(例)에서 일보 진전된 행동이다. 그래서 국회가 이번 개혁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려고 한다. 1차적으로 국회 운영위원회가 심의한다. 여기서 크고 작은 손질이 가해질 수 있다. 확실한 규정에 애매한 돌파구를 만들 수 있고, 명백한 처벌 대신 형식적 처벌로 뒤바꿀 수 있다. 벌써부터 원안 통과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절대로 안 될 일이다. 내용상으로 보면 부족하기 짝없는 개혁안이다. 큰 변화로 가는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300여개 특권 중에 기본적인 몇 개 내려놓는 타협안이다. 축소할 내용도 없고, 완화할 내용도 없다. 그대로 통과시키기 바란다. 국민이 결과를 지켜 보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