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실 못하는 제대군인지원센터

사회복귀 돕는다며 비정규직·저임 일자리 소개
평균 연봉 2천761만원 불과 가족생계 유지 턱없이 부족

지난해 육군 중사로 전역한 40대 초반의 K씨는 포천의 한 부대에서 10년 가까이 군생활을 했다. 하지만 K씨는 상사로 진급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계급 정년’에 걸려 군복을 벗어야만 했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탓에 전역하고서 생계가 막막해진 K씨는 인근의 한 제대군인지원센터를 찾아갔다. 가정이 있는 만큼 안정적인 직장을 원했던 K씨는 상담을 받고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채용연계를 해준 업체들 대부분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거나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의 저임금을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가 전역 군인의 안정적 사회 복귀를 돕는다며 취ㆍ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문을 연 ‘제대군인지원센터’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센터가 연계하는 일자리 대다수가 단순 생산직이거나 저임금 계약직 등 안정적인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것도 모자라 한 가정을 꾸려가기 위한 최소한의 소득도 보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제대군인지원센터를 통해 취업한 4천252명 중 절반 이상(51.3%)이 비정규직이었고 이들의 평균 연봉은 2천761만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남ㆍ북부제대군인지원센터를 통한 취업자는 1천123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50.9%)도 비정규직이었다. 이들의 평균연봉은 2천769만 원에 불과했다.

 

제대군인 대다수가 40~50대 가장으로 자녀교육 등 가정 소비지출이 많은 만큼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연계하는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로는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올해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446만7천380원(연봉 5천360만 원)이지만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연계하는 일자리의 연봉은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오히려 4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월 176만 원, 연봉 2천112만 원)에 가깝다. 또 제대군인지원센터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제대군인우대채용정보’ 메뉴에서도 건물 경비원, 물류 배송 기사, 육가공 생산직 등 단순노동직이거나 월 100만 원대의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더욱이 전역군인 다수가 취업하는 경비ㆍ보완ㆍ시설관리 등은 업체 특성상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용역업체가 대부분인데다, 제조업 위주인 국내 산업구조 특성상 청년층에 대한 구인수요가 높아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규모가 큰 기업체는 대부분 공개채용을 시행하는 탓에 채용연계도 쉽지 않다. 특히 기업들에 전역 군인 채용을 강제할 수 없어 이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는 사실상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제대군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기 위해선 사회적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양질의 일자리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기업체와 접촉하는 등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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